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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13. 2024

이른 봄의 정원-4

크로커스 Crocus


봄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수목원에 가자고 가족들을 데려갔지만,

아직도 겨울빛에 잠겨있는

수목원을 들어서면서

정말 꽃들이 피었을까 

은근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꽃 소식을 뉴스에서 보았다는 나의 말에

아내는 의심의 마음이 역력했고,

외손녀는 어쩌면 지난해의 

자료사진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입구에서 처음 만난 크로커스 꽃봉오리를 보고

아내는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요정도네!


뉴스에서 본 

활짝 핀 크로커스가 아니어서 

내심 저도 실망이었지만

아직 겨울정원에는 가보지 않았으니 

희망은 남아있었습니다. 


그래도

막 차가운 대지를 뚫고 올라온

크로커스의 봉오리가 너무 예뻐

황급히 셔터를 누르고

겨울정원을 향해

앞서 가는 가족들을 따라갔습니다. 




크로커스/  H. F. 굴드 (미국의 여류시인, 1789 – 1865), 번역: 박용기 


눈 밑 깊은 나의 고독 속에서,

그 어떤 응원도 내게 닿지 않는 곳에;

여기, 어떻게 자라는지 볼 빛도 없이,

자연이 가르쳐주기를 믿겠어요. 


나는 절망하지 않을 거예요 – 게으르지도 않고, 눈살을 찌푸리지도 않을 거예요,

이렇게 우울한 집에 갇혀서도;

내 잎은 위로 달리고, 내 뿌리는 아래로 달려갈 거예요,

가슴의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는 동안.


서리가 내 침대에서 걷히고,

이 차가운 감옥에서 나를 풀어주면 곧,

나는 내 작고 밝은 머리로 위를 내다볼 거예요, 

그리고 모두가 저를 보면 기뻐할 거예요.


그러면 내 가슴에서 어린 꽃잎이 갈라져 나올 거예요,

태양의 광선들이 중심에서부터 퍼져 나오는 것처럼;

나는 땅의 어둠 속에서 나타나겠지요.

행복하고 아름다운 크로커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꽃에서,

이 작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을 참아내면, 가장 우울한 시간을 지나

우리는 더 밝은 내일로 나올 거라는.



 Crocus/ H. F. Gould


Down in my solitude under the snow,
Where nothing cheering can reach me;
Here, without light to see how to grow,
I’ll trust to nature to teach me.


I will not despair–nor be idle, nor frown,
Locked in so gloomy a dwelling;
My leaves shall run up, and my roots shall run down,
While the bud in my bosom is swelling.


Soon as the frost will get out of my bed,
From this cold dungeon to free me,
I will peer up with my little bright head,
And all will be joyful to see me.


Then from my heart will young petals diverge,
As rays of the sun from their focus;
I from the darkness of earth shall emerge,
A happy and beautiful Crocus!


Many, perhaps, from so simple a flower,
This little lesson may borrow,
Patient today, through its gloomiest hour,
We come out the brighter tomorrow.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00s, ISO 100


#이른_봄의_정원 #크로커스 #아직_봉오리 #천리포수목원 #꽃샘추위 #3월_1일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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