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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25. 2024

이른 봄의 정원-12

홍버들강아지 salix koreensis red


붉은빛이 도는 홍버들강아지도

봄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고운 모습의 버들강아지를 보며

버드나무에 관한 유명한 옛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나태주 시인이 2010년에

<금강매일>에 기고한 내용을 기반으로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요약했습니다.


조선 선조왕 때 함경도 홍원에

홍랑이라는 어린 관기가 있었습니다.

홍랑은 예쁘기도 했지만 시를 알고 멋을 안 기생이었습니다.


어느 날

서울에서 북도평사(北道評事)라는 벼슬로 오게 된

최경창이라는 선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최창경은 34세로 시와 피리에 능했다고 합니다.


홍랑은 1573년 여진족을 방어하는 전선(戰線)인

경성(鏡城)으로 떠난 최경창을 찾아,

엄동설한에 천리길을 걸어 무작정 전선인 경성(鏡城)으로 갔다고 합니다.

관기로서 자신의 소속을 떠나는 무모한 돌출행동이었지만,

홍원부에서도 그의 진심을 알고

'병영 기생'으로 서류를 꾸며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1년여를 막중에서 사랑을 나누던 그들도

최창경이 서울로 다시 발령이 나면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쌍성(雙城)의 함관령(咸關嶺)이란 곳에 이르러

그들은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기인 신분이라 더는 따라갈 수 없었던 홍랑은

시조 한 수와 함께 산버들 한 가지를 꺾어

최창경에게 보냅니다.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자시는 창 밧긔 심거두고 보쇼서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나린가도 너기소서


멧버들 가려 꺾어 보냅니다 님의 손에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오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홍랑은 이 글에서 자신을 버들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냥 버들이 아니고 가리고 가려서 꺾은 산버들.


그 버들을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며,

그 버들을 당신이 잠을 자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밤비에 새잎 나거든 그 버들이 나인가 여겨달라는

애절한 사랑 시입니다.


서울로 돌아간 최경창은 병을 얻어 앓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홍랑은 7일 낮밤을 단신으로 걸어

서울 최경창의 집에 가게 됩니다.

거기에서 병구완을 자청하여 간호해서

드디어 그를 자리에서 일으켰다고 합니다.


최경창이 45세에 세상을 떠나게 되자
홍랑은 그의 묘소 옆에 막을 짓고

3년 동안 시묘살이도 했다고 합니다.


그 후 1592년 임진왜란 때 아들과 함께

최경창의 시집을 품에 안고 고향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이때가 홍랑이 서른아홉 살 정도였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최경창의 유작을

가족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후세에 최경창의 시가 세상에 남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최 씨 문중에서도

홍랑이 죽자 그녀를 집안사람으로 인정하여

최경창 부부의 합장묘 바로 아래에

홍랑의 묘소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 주었다고 합니다.


파주의 홍랑-최경창 묘소에

이 시가 시비(詩碑)로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붉게 피어나는 홍버들강아지가

홍랑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를 들려주는 봄입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50s, ISO 100


#이른_봄의_정원 #홍버들  #버들강아지  #홍랑 #최경창 #천리포수목원 #꽃샘추위 #3월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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