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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Apr 17. 2024

봄 봄 2024-14

돌단풍 Mukdenia rossii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동네 초등학교 근처에 갔습니다.


그곳엔 작은 음식점이 있는데,

봄이면 그 집 앞에는

화분과 작은 화단에

꽃들이 피어날 때가 많았던 기억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불경기여서인지

꽃화분도 불경기였습니다.


큰 박스에 심긴 찔레장미는 아직 꽃이 없고.....


돌아서려는데

찔레장미 틈에서

비스듬히 고개를 내밀고

흰꽃을 달고 있는

연약한 돌단풍 한 그루가 보였습니다.


사진에 전체를 담기엔 옹색한 공간이라

비교적 뒷배경 정리가 되는

작은 가지 하나를 골라

몇 장을 담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나중에 사진 작업을 하다 보니

작은 가지지만 참 예쁜 모습이 담겼습니다.

활짝 핀 꽃송이부터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은  봉오리와

아직 연핑크빛의 애송이 봉오리까지

돌단풍꽃의 모든 상태가

하나의 사진에 온전히 담겨있습니다.


'피사체의 가장 아름다운 면을 보려고 노력하라'

제 사진 철학의 한 항목입니다.


'상대방의 가장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라'

잘 살기 위한 삶의 태도도

다르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돌단풍/ 문효치


바위 위에 서니

옛 생각이 나네


식영정 옛 정자

그 처마에서 떨어지던

투르르르 투르르르

이 밤 웬 소나긴가 했더니

어둠을 찢고 내려오는 별들 부딪는 소리

귀밝이술 아니어도

내 귀는 너무 밝아

어질어질 취한 채 흔들렸었지

이때 발아래 계곡물은

내 몸속으로 흘러들었지

이 바위에만 오면

근덩근덩 월렁월렁

옛날로 가지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봄 #돌단풍 #옹색한_공간 #모든_단계의_돌단풍꽃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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