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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y 23. 2024

봄날의 꿈-2024-16

쪽동백 Styrax obassia


동네 숲가에 자라는 쪽동백나무에

올해에도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꽃만 보면 때죽나무와도 닮았지만

잎이 훨씬 크고

꽃도 다발로 피어나

한 송이씩 피는 때죽나무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이름에 '동백'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지만,

아무리 보아도 동백나무와

닮은 구석은 없습니다.


'쪽'이 은 걸로 보면

'개'같은 접두어처럼

뭔가 원단보다 못하다

혹은 작다는 의미 같습니다.


옛날 여인들은 머리에

동백기름을 발라 머리단장을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도 장에서 사 온 동백기름을

아껴가며 긴 머리카락에 발라

참빗으로 곱게 빗은 후

쪽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옛날에는

동백기름은 동백나무가 있는 남쪽에서만 나오는

귀한 기름이어서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쪽동백은 꽃이 지고 나면

작은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로 기름을 짜면

동백기름만은 못하지만

동백기름을 대용할 수 있는

찍퉁동백기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민들은

쪽동백기름을  즐겨 사용했다고 합니다.

 

쪽동백 말고도

때죽나무나 생강나무 열매로도 기름을 짜

동백기름을 대용했다고 합니다.


올해에도

커다란 잎을 달고

동네 숲가에 서서

이렇게 예쁜 꽃을 폈지만,

그곳에 이런 꽃이 피고 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연의 순리대로 잠시 왔다 가는

성자의 모습을 한 꽃.

그런 꽃들이 피어났던 이 봄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쪽동백꽃 지다/ 박숙경


온 봄 내 홀딱 벗고도 더 벗을 게 남았는지

산길 경사만큼 목청을 높여가는

검은등뻐꾸기를 나무라는

이름 모를 새의 한 마디


지지배야

지지배야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동문 올라가는 길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

뒷모습이 더 고운 쪽동백꽃의 하얀 능청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봄날 #꿈 #쪽동백 #짝퉁_동백기름 #알아주지_않아도_피고_지는_꽃들 #2024년_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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