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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n 26. 2024

정원 산책-2024-8

수레국화 Centaurea cyanus/ Cornflower


수레국화는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혹은 두해살이 풀꽃입니다.


꽃은 여름 내내 피는데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남색, 남보라색, 보라색,

그리고 흰색, 분홍 등으로 다양한 색의 꽃이 핍니다.

보통 야생으로 피는 꽃은 파란 계열의 꽃이 핍니다.


학명은 Centaurea cyanus

속명인 'Centaure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위쪽은 사람이고 아래쪽은 말인 켄타우로스에서 왔다고 합니다.

신화에서는 이 꽃이 그의 발을 치료한 식물로 묘사되었기 때문입니다.

종소명인 'cyanus'는 짙은 파란색을 의미하며

수레국화의 그리스어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꽃은  과거에는 옥수수밭 혹은

밀, 보리, 호밀, 귀리 등 곡식밭에서

잡초로 자랐기 때문에

흔히 cornflower로도 불립니다.


이제는 제초제 때문에

곡식밭에는 없고

대신 꽃이 아름다워

정원에서 만나는 꽃이 되었습니다.


꽃 모양이 수레바퀴를 닮았다고

우리말 이름은 수레국화입니다.

독일과 에스토니아의 나라꽃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들판이나 도로변 산기슭에

파랗게 모여 피는 수레국화를 볼 수 있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꽃입니다.


저도 다양한 모습의 수레국화를

사진에 담지만

이 사진 속의 수레국화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이규리 시인은

파란색 수레국화 속에서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허전한 마음으로 느꼈나 봅니다.


살다 보면

가족 모임이나 친구들의 모임에서

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이 있고,

그 얼굴이 눈에 밟히면서 가슴 시리게 하는

그런 경험이 아마도 있을 것입니다


고운 수레국화의 정갈한 모습 속에

그리운 얼굴이 숨어 있나 봅니다. 



수레국화/ 이규리

     

오늘 이곳엔 한 사람만 빼고 다 왔습니다  


마당엔 옛 주인이 피운 꽃들 한창이네요

파란 수레국화를 보셨나요

그는 이제 올 수 없는 사람인지

파란 색, 문득 빈자리의 빛깔 같습니다  


기억은 참 자주 밟히곤 합니다

멀리 있는 음식을 집을 때 누군가 접시를 가까이 옮겨주었는데

잠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빛깔을 없는 곳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곳엔 한사람만 있습니다  


눈에 밟힌다는 말,

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잡담이나 웃음소리들이 겉도는 저 아래쪽은 축축한 그늘

파란 수레,

그 바퀴에 이미 추운 생이 감겨버린 듯

감겨서 굴러간 듯

  

오늘 이곳엔 나만 빼고 다 있습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정원_산책 #수레국화 #cornflower #분홍꽃 #이규리_수레국화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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