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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l 16. 2024

정원 산책 2024-22

메밀꽃 Fagopyrum esculentum

메밀은 마디풀과의 식물로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입니다.


지금은 메밀이 표준말로 정해졌지만

모밀로도 불렸습니다. 

이효석의 소설 원제목도 '모밀꽃 필 무렵'이었지만

표준어로 바뀌어 '메밀꽃 필 무렵'이 되었습니다. 

이름의 유래는 "산(山)"을 뜻하는 "뫼/메" + "밀"에서 왔습니다.

산비탈에 사는 밀이라는 뜻이겠지요.


학명은  Fagopyrum esculentum

속명인 Fagopyrum은 

그리스어인 Fagos(beech, 너도밤나무)와 

pyrum(wheat, 밀)의 합성어입니다. 

메밀의 씨앗 모양이 작지만

네 개의 면을 가진 너도밤나무의 씨앗과 닮았고,

전분이 많아 밀처럼 음식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소명인 esculentum은 라틴어로 '먹을 수 있는(edible)'을 뜻합니다.


영어로는 buckwheat 혹은 beechwheat라 부릅니다.

학명의 속명을 영어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즉 '너도밤나무(beech) 열매를 닮은 밀(wheat)'이라는 뜻입니다.

buck는 너도밤나무의 중세 네덜란드어인 'boec'에서 왔다고 합니다. 


메밀은 전분이 많고 밀가루처럼 

다양한 음식재료로 사용되어

곡식의 하나로 간주되지만,

쌀이나 밀처럼 벼목이 아니고

석죽목 마디풀과에 속합니다. 

이런 식물을 곡물은 아니지만 곡물에 가까운 식물이라고 해서

아곡류(pseudocereal)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득 핀 메밀꽃밭은 보기 좋지만

메밀꽃은 별로 예쁘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효석의 소설 때문에 

더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한 송이 한 송이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화려하거나 섬세하지는 않아도

소박하고 참 예쁜 꽃이라 생각합니다. 



메밀꽃밭/ 박성우


씨앗을 넣은 지 얼마나 되었던가

메밀 줄기가 오밀조밀, 꽃을 피운다.

한낮 별에 이파리를 늘어트리면서도

가늘고 여린 손을 뻗어 꽃을 내민다.

해가 어지간히 넘어간 늦은 오후,

호스를 밭머리로 길게 당겨

소나무 산자락 메밀밭에 물을 준다


여느 때처럼 별생각 없이 물을 틀고

밭이랑 가운데로 물을 뿌리는 찰나,

배추흰나비 떼가 일제히 솟구쳐 오른다.

실로폰 소리처럼 경쾌하게 튕겨올라

메밀꽃밭을 배추흰나비밭으로 바꾼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일순간에

내 안쪽으로도 하얗게 치고 들어와

나조차도 메밀꽃발 위로 띄워 올린다.


하얗게 일렁이는 마음은 멈추지 않고

물 호스를 그만 거두어야 할지

주던 물을 마저 주어야 할지,

궁리하는 사이에도 배추환나비 떼는

팔람팔랑 붕봉, 나를 잡고 솟구처 오른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정원_산책 #메밀꽃 #buckwheat #beechwheat #연남동 #경의선숲길공원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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