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Aug 02. 2024

여름 2024-9

백일홍 Zinnia


8월에 접어드니 

무더위가 시작됩니다. 

호우주의보 문자가 오더니

이제는 폭염경보 문자가 옵니다. 


하루 종일 꼼짝하지 않고 

에어컨을 켜 놓은 거실에서

파리 올림픽 경기 응원 삼매경에 빠져봅니다. 


우리나라 이름을 걸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있어

이 여름의 무더위를 그나마 잠시 잊게 됩니다. 


더위가 막 시작되는 7월 말

올 들어 처음으로 거실의 에어컨을 가동해 보려고

필터를 청소한 후 리모컨으로 전원을 누르는 순간

'딱'하는 소리와 함께

에어컨의 응답이 사라졌습니다. 

꼼꼼한 아내가 사용설명서에 적어 둔 구입날짜를 보니

무려 17년 동안이나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여름에 가동하는 날이 그리 많지 않았기는 했지만,

17년이라는 세월이 짧지만은 않은 시간인가 봅니다. 


아내는 여러 이유로 에어컨 가동을 자제해 왔습니다. 

첫째는 우리나라 피크타임의 전력 사정이 나쁜데 

우리까지 에어컨을 켜면 안 된다는 애국심의 발로입니다. 

둘째는 전기료 폭탄 걱정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제가 직장에 다닐 때에는

낮에 아내 혼자 집에 있는데 

자신만을 위해 에어컨을 켜는 건 

사치라는 검소함 때문입니다. 


새 에어컨은 17년 전의 에어컨에 비해

많은 기술적 및 디자인적 발전이 있어

용량이 더 커졌어도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고

디자인도 멋있게 변신했습니다. 

사람도 시간이 감에 따라

이렇게 변신했으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한여름 무더위에 건강하게 피어있는 백일홍이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는 에어컨처럼

그리고 멋진 경기로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선수들처럼

멋지게 보이는 8월입니다. 




백일홍심재휘


창가의 화분에 꽃을 피운

백일홍 한 송이가 저물고 있다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면

유리창에 어깨를 한없이 기댄 꽃

석 달 열흘 기한으로 붉은 꽃

가을볕에 말라가며 이제

제 빛을 물리고 있다


나는 쓰고 있던 긴 편지를 버린다

소리 없이 마르는 꽃 한 송이로

그대를 묻는 나의 안부여

오늘은 시계 소리가 창 안에서 유독 맑고

서성이는 그림자 하나 산그늘에 들듯

겹겹으로 외롭던 목숨 하나가

끝끝내 희미해지고 있다


지지도 못하고 서서 마르는 백일홍 저는

되돌려 받을 길 없는 마음들을

지금도 멀리 떠나보내고 있는 꽃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여름 #백일홍 #폭염 #에어컨 #파리올림픽 #2024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