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들레아 Buddleja davidii
오랜만에 간 공주의 정원 카페에 갔습니다.
곱게 핀 붓들레아가
밝은 빛으로 가득 찬
여름 정원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 꽃 이름을 알게 된 건
제법 오래전
지인의 정원에서지만
이름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생소한 이름을 기억하는 법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 꽃은 나비들이 특히 좋아해서
나비가 많이 모이는 꽃입니다.
그래서
'나비를 붙들려는 꽃이라 붓들레아지'하고 기억했지만
때로는 이 단서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붓들레아(혹은 부들레아)는 중국이 원산지라고 합니다.
학명은 Buddleja davidii (혹은 Buddleia davidii)
영어 일반명은 butterfly-bush 혹은
summer lilac으로 불립니다.
또는 작은 꽃 중앙에 오렌지색 동그라미가 있어
orange eye라고도 불립니다.
중국에서는 이 꽃이
물고기를 마비시킨다고 해서 취어초 醉魚草)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꽃은 예쁘지만
나무 전체가 자극성의 정유(精油) 및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는 유독식물입니다.
여름 정원 /김이강
그의 허리에 묶여 있던 리본이
잎사귀 그림자들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
벤치에 앉아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장마 같고
우린 산더미처럼 쌓인 이야기들을 향해 걷는데
그런 것들은 항상 비가 온 후의 물방울들 같고
가까운 미래들이 반음계씩 내려가면
다시 이 숲에 이르게 된다
그가 돌아서서 벤치로 왔을 때
작고 꿈틀거리는 달팽이 같은 걸 상상하며 손 내밀었을 때
내게 올려줄 것이
그저 맨손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다시 온 여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손을 맞잡은 숲의 계단은
기하학적으로 겹치었다가 분열하는 것이었는데
반도네온처럼 사뿐히 늘어나고 나면
다른 세계의 무릎 위로 옮기어질 일만 남은 것 같고
여름은 오고
잎사귀는 검고
벤치에 앉아 이런 걸 생각하고 있으면
아직 이르지 못한 이야기 같고
옮기어진 달팽이를 오래 구경한다
그가 내게 손을 뻗을 것이다
⸺계간 《자음과 모음》 2020년 가을호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099741486/summer-2024-25-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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