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2024-25

붓들레아 Buddleja davidii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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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간 공주의 정원 카페에 갔습니다.

곱게 핀 붓들레아가

밝은 빛으로 가득 찬

여름 정원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 꽃 이름을 알게 된 건

제법 오래전

지인의 정원에서지만

이름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생소한 이름을 기억하는 법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 꽃은 나비들이 특히 좋아해서

나비가 많이 모이는 꽃입니다.

그래서

'나비를 붙들려는 꽃이라 붓들레아지'하고 기억했지만

때로는 이 단서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붓들레아(혹은 부들레아)는 중국이 원산지라고 합니다.

학명은 Buddleja davidii (혹은 Buddleia davidii)

영어 일반명은 butterfly-bush 혹은

summer lilac으로 불립니다.

또는 작은 꽃 중앙에 오렌지색 동그라미가 있어

orange eye라고도 불립니다.


중국에서는 이 꽃이

물고기를 마비시킨다고 해서 취어초 醉魚草)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꽃은 예쁘지만

나무 전체가 자극성의 정유(精油) 및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는 유독식물입니다.



여름 정원 /김이강


그의 허리에 묶여 있던 리본이

잎사귀 그림자들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


벤치에 앉아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장마 같고


우린 산더미처럼 쌓인 이야기들을 향해 걷는데

그런 것들은 항상 비가 온 후의 물방울들 같고


가까운 미래들이 반음계씩 내려가면

다시 이 숲에 이르게 된다


그가 돌아서서 벤치로 왔을 때

작고 꿈틀거리는 달팽이 같은 걸 상상하며 손 내밀었을 때


내게 올려줄 것이

그저 맨손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다시 온 여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손을 맞잡은 숲의 계단은

기하학적으로 겹치었다가 분열하는 것이었는데


반도네온처럼 사뿐히 늘어나고 나면

다른 세계의 무릎 위로 옮기어질 일만 남은 것 같고


여름은 오고

잎사귀는 검고


벤치에 앉아 이런 걸 생각하고 있으면

아직 이르지 못한 이야기 같고


옮기어진 달팽이를 오래 구경한다

그가 내게 손을 뻗을 것이다


⸺계간 《자음과 모음》 2020년 가을호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099741486/summer-2024-25-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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