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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19. 2024

가을이 오려나-2

부겐베리아 Bougainvillea glabra


무던히도 우리 곁을 떠나가기 싫어한

올여름도

조만간 떠나가고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혹시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에

상처라도 될까 봐

정을 떼고 떠나느라

늦도록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나 봅니다.


여름날

곱게 피었던 부겐베리아.

어쩌면 이 꽃은

떠나가는 여름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산지가 아열대 브라질이어서 인지

더운 여름에도 싱싱한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빨강이나 분홍 등의 꽃이 피지만,

이렇게 분홍빛이 도는 흰색꽃도 있습니다. 

하지만 꽃처럼 보이는 것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고,

포자 안쪽에 길쭉하게 나와 피는

작은 흰색 꽃이 진짜 꽃입니다. 


학명은 Bougainvillea glabra

이 꽃이 서양에 알려진 건 1760년대입니다.

프랑스 식물학자 필리베르 코메르송(Philibert Commerson)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 발견하고 

서양식 이름을 붙였습니다.  


속명인 Bougainvillea는 

코메르송의 친구이자 항해가였던 

루이 드 부겐빌(Louis de Bougainville)을 기리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종소명인 glabra는 라틴어로 '대머리' 또는 

'매끈한'을 의미하는데,

이 식물의 매끈한 잎 표면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영어 일반명은 paperflower입니다. 

종이로 만든 조화 같아서 일까요?


이제 9월이 

잃어버린 계절을 되돌려 놓으면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에 와 있겠지요.



구월/ 박정순


댓바람에 실려온 목소리 있어

내 앞에서 아기작거리는 여름

떠밀고

싸리문 황망히 밀어 젖혔지


무성한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만 귓가를 스칠 뿐

보이는 것은

푸르른 녹음과

휘적휘적 사라지는 여름의 뒷모습


그 무슨 인연의 끈으로 만나

그리움 한 줌 남기고

아픔 한아름 허공에 흩날린

보이지 않는 너의 모습

그리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

여름을 보내며 후회하네


여름도 가는 여름날

바람소리

풀잎소리로

엷은 투명옷 입고 날 부른

 

너의 목소리


기억할 수 없는

네 모습 그리며

아릿한 슬픔 불러 모아

번지 수 모르는 긴 편지를 띄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0693903/will-fall-come-2-by-yong-ki-park


#가을이_오려나 #9월 #무던히도_더운_여름 #부겐베리아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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