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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20. 2024

가을이 오려나-3

무릇꽃 Barnardia japonica, Autumn squill


보통 여름의 끝자락

그리고 어디선가 가을의 쓸쓸함이 스치는 8월 말이면

풀밭에 가느다란 꽃대를 올리고

작은 왕관 같은 분홍 꽃들을 달고 있는

무릇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꽃이 피면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끼곤 했는데

올해엔 물러갈 줄 모르는 무더위가

무릇꽃이 애타게 기다리는

가을바람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추석도 지났는데

폭염주의보에 열대야.

정말 가을은 오려나?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연구소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동관리아파트가 있습니다.

40여 년 전 저도 미국에서 귀국하여

4년 정도를 살았던 아파트인데

노후되어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은 채

낡은 건물을 관리만 합니다.


그런데 그 주변 풀밭에는

8월 말이면 무릇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아름다운 들꽃세상을 연출합니다.


저는 늘 무릇꽃을 사진에 담으며

초가을 맞이를 하곤 했는데

내년 초부터 이곳을 재개발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리되면 아마 올해 보는 야생의 이 무릇꽃밭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개발이 된다는 것은

또 무언가를 상실하게 되는 아픔이 있습니다.

물론 이 무릇꽃을 아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가까이에서 보아왔던

야생의 무릇꽃밭을

앞으로는 마음속에서나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무릇/ 김인호

-꽃에게 듣는다


 무릇,

작은 것들

저 여린 것들이


하나, 둘, 셋...

모여 빛으로

저무는 들판을 밝힌다


한몫 톡톡하다


무릇,

사람 사는 일도

그러해야 하리


무릇,

一針을 놓는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0754896/will-fall-come-3-by-yong-ki-park


#가을이_오려나 #무릇꽃 #공동관리아파트_풀밭 #가까이에서_만나는_야생의_화원 #마지만_만남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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