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이면 숲가에서
다른 나무들을 감고 올라간 덩굴에서
작지만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계요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계요등(鷄尿藤)의 한자이름을 보면
鷄는 닭, 尿는 오줌, 藤은 등나무로
닭 오줌 냄새가 나는 등나무라는 뜻입니다.
등나무처럼 줄기를 감고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잎을 손으로 비비면
구린냄새가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꽃에 코를 가까이 가져가봐도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잎이나 줄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냄새를 풍기되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들을 위해서는
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계요등의 꽃말이 '지혜로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학명은 Paederia scandens
그런데 이 꽃은 또 다른 학명도 있습니다.
즉 Paederia foetida
학명 중 속명인 Paederia는
'악취'를 뜻하는 라틴어 'paidor'에서 왔다고 합니다.
영어 일반명 중에는 스컹크덩굴(skumkvine)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번식력이 강한 잡초로 취급받지만,
해독과 항염증 및 혈액순환을 돕고,
소화를 잘 되게 하는 등의 약효가 있는 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늘 늦여름이면
이 꽃을 사진에 담으며
작은 꽃 속에 깊이 감추어져 있는
가을을 느끼곤 합니다.
비록 많이 늦게 우리 곁으로 오고 있는 가을이지만
이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계요등/ 김승기
서울 종묘 담장 위에서
여름이면 땅으로 땅으로
길게 목을 늘이는
계요등
지금 꽃 피우고 있겠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팔을 벌리면서도
누구에게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웃음짓는
바짝 다가가지 않는 사랑법을
가르쳐준 너
오늘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위해
클라리넷 불고 있겠지
병들어 찾아온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않는
낯선 고향
시름겨운 한숨소리 뱉을 때마다
나직이 들려주던 너의 속삭임이 그립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야멸찬 고향 바람
고통의 바다를 자맥질하다가 겨우 잠드는
깊은 이불 속이 유일한 행복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
이제 네게로 가련다
가슴 울려주던 클라리넷 선율 멈추고
둥근 열매마저도 떨어져
누렇게 찌그러진 얼굴 되어도
서로 아픔 달래며 마주하는
행복한 시간 만들고 싶구나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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