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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18. 2024

가을의 터치, 2024-8

낙엽 A fallen leaf


겨울바람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12월

저는 또 한 번의 백수로 돌아갑니다.


직장에서 정년을 마친 지 몇 년.

하지만

그동안 외손녀를 돌보며

매일 아침 함께 일어나

규칙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끝난 후엔

학원 스케줄에 따라

아이를 데려다주고 태워오는 운전기사로,

그리고 아침저녁으로는

외손녀가 입양한 토끼의 집사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외손녀의 침대머리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기도도

제 몫이었습니다.


때로는 평일에 여행 한 번 떠날 수 없이

메어있는 시간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외손녀가 주는 활력과 사랑스러움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였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라 생각하며 감사했습니다.


이제 중학교 진학을 할 나이가 되어

서울에 사는 엄마 아빠에게로 떠났습니다.

그동안 엄마 아빠가 직장일로 바빠

잘 돌 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나이가 되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아마

아이를 보낸 아내의 마음은

저보다 훨씬 더 허전하겠지요.

갓난아이 때부터 13년을

올인해서 키웠으니......


고목에 내려앉은 낙엽 같은 심정일까요?


모든 것에는 끝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끝들.

하루의 끝, 일주일의 주말,

한 달의 월말과 일 년의 연말.

그리고 만남 뒤의 헤어짐.


이런 끝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모두는 인생의 끝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런 끝들을 보다 더

덤덤히 받아들이기 위해

살면서 많은 끝을 만나는

훈련을 하나 봅니다.


우리 품에서 떠났지만

외손녀의 새로운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하시며

보살펴주시기를

늘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아주 먼 미래가 아닐

우리의 삶의 끝도

감사의 기도로 맞을 수 있기를.......




낙엽들의 휴일 / 박봉우

                                                                              

나는 고독한 위안을 마시며

가을이란 허전한

계절에 서 있다.

 

사랑도 흘러간

모든 추억들도 잠자는 바람.

 

텅 빈 실내에 앉아 우정을 부를 때

창 너머는 가을이 걸어오는 모습.

 

나의 고향에도 우리들 모든 별에게도

바람에 날리는 쓸쓸함은 손짓하며

서 있다.

 

이제 회답을 쓰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긴 사연을 올릴 수 있는

가을.

 

바람이 바람이 불면

친구는 황색이 짙은

나의 쓸쓸한 편지를 낙엽으로 받으리.....

 

산다는 괴로움과

산다는 허전함이 바람에 날리어

지표없이 굴러가는

눈물겨운 우정끼리의 휴일.

 

나는 고독한 위안을 마시며

가을에 서 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5768821/touch-of-autumn-2024-8-by-yong-ki-park

      

#가을의_터치 #낙엽 #서울로_간_외손녀 #12월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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