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여행 - 3

레보 드 프로방스(Les Baux de Provance)

by 박용기


그곳에서 나를 사로잡은 3가지를 만났다.


오늘은 고흐의 발자국이 아직도 남겨져 있는 아를을 떠나 알필 산맥에 위치한 그림보다 아름다운 마을 레보 드 프로방스(Les Baux de Provance)로 향했다. 아를에서 이곳까지는 버스로 30분 가량.


그곳에서 나를 사로잡은 3가지를 만났다.


첫번째 감동은 '빛의 채석장'.


레보 드 프로방스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 하나이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부침이 많았던 곳이었다. 11세기부터 이 지역을 지배한 보(Baux) 가문의 세력이 점점 커지자 이를 두려워한 루이 11세는 1483년 돌산 위에 견고하게 만들어진 이 성채를 파괴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일어나 성채를 복구시키고 중앙정부에 저항을 계속하였다. 이후 150여 년이 흐른 1632년 루이 13세는 또다시 군대를 보내 성채를 포위하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성채를 완전히 함락시키고 마을을 초토화 시켰다. 하지만 보 가문의 이름은 남아 레보 드 프로방스가 되었다.


근처가 모두 돌산으로 채석장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알루미늄의 주원료인 보크사이트가 채굴되었다. 보크사이트는 원산지인 바로 이곳 ‘보’의 지명을 따서 보크사이트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채석장이 1935년 문을 닫은 후 버려진 뒤, 1977년 설치미술가 Joseph Svoboda가 거대한 석회암 동굴 같은 채석장 내에서 오디오 쇼를 하였다고한다.


그후 2012년에 폐쇄된 석회암 채석장이 거대한 멀티미디어 예술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약 10 m 높이의 채석장 동굴에 프로젝션 맵핑 미디어 아트인 ‘아미엑스’를 선보여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으로 재개장 하였다.


아미엑스(AMIEX·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는 폐광산, 폐공장, 폐발전소 등 급격한 산업 발전으로 문을 닫은 공간에 프로젝션 맵핑 기술과 음향을 활용한 전시 영상을 투사하는 최신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 이미지가 채석장 동굴의 벽과 바닥, 천장을 채운 미디어 프로젝션 작품으로 관객에게 선보인다.


2012년 고흐의 작품으로 시작해 올해는 피카소를 주제로 한 전시작품인 ‘피카소 그리고 스페인 거장들’이 진행되고 있다. 깊숙한 동굴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에서 100여개의 프로젝트 투영 방식을 통해 넓은 스크린 같은 벽과 직육면체의 길다란둥 그리고 사람들이 서 있는 바닥에 기득 뿌려지는 거장들의 작품과 어우러진 장중한 음악은 그 안에서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감상하는 관객들까지도 하나의 작품으로 품으면서 완벽한 몰입감을 제공하였다. 버려진 채석장을 특별한 예술 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프랑스 사람들의 예술적 안목이 부러웠다.




두번째 감동은 아기자기한 동네의 아름다움이었다.


채석장에서 좁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지고 그 양옆으로는 이마가 다을 듯 가까이 돌집들이 늘어서 있는 마을. 예쁘게 장식된 각종 기념품 가게와 카페들이 골목마다 색다른 풍경을 만들고, 라벤더향과 커피 냄새가 기분좋게 풍겨나오고 있었다. 어디에서나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될 것 같은 곳이었다. 작은 교회가 있는 마을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 또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여기에 한가지 덤


채석장에서 마을까지 가는 길가에 핀 작은 들꽃들. 그리 풍성하거나 특별한 꽃들은 아니지만 프로방스의 자연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2018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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