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2025-1

니포피아 Kniphofia

by 박용기


정신을 차리기 힘들게 덥던 이 여름이

호우와 함께 잠시 숨을 고르는지

입추를 지나면서

늦여름 날씨로 돌변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무더위가 몰려와

우리를 괴롭힐지 알 수 없습니다.


꽃들도 이 여름을 나느라

힘겨워하는 느낌입니다.


너무 더워

한 여름 동안엔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습니다.


초여름부터 간간이 찍어둔 사진을 꺼내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여름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노은동 화원에서 만났던

니포피아꽃입니다.

보통은 붉은색으로 피어나는데

이 꽃은 연노랑으로 피어납니다.


붉은 꽃을 보면

마치 태양이 땅에 내려놓은

작은 횃불 같습니다.

고향인 남아프리카의 전설 속 이야기처럼,

태양의 아이들이 여름의 문턱을 넘어
빛과 열정을 전하러 온 듯 말입니다.


니포피아는 과거에는 백합과에 속했지만

현재는 수선화과로 분류합니다.

학명인 Kniphofia라는 이름은

18세기 독일의 의사이자 식물학자였던

요한 히에르니무스 크니포프(Johann Hieronymus Kniphof)를 기념하여 붙여졌습니다.

개명 전의 원래 이름은 트리토마(Tritoma)였습니다.


원래 고향에서 불리던 이름에

서양사람들이 새로운 이름을 붙여 부르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에베레스트산도 원 이름은 티베트어로는 초모룽마였다고 하지요.

하지만 원래의 이름이 가지는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어로는 Red Hot Poker, Torch Lily로 불립니다.


이 여름을 이기고

하늘을 향한 기도를 드리듯

아래를 향해 겸손한 모습으로 꽃을 피워내는

니포피아가 있어

이 여름도 아름다웠습니다.


꽃말처럼 '정열' 또는 '빛과 희망'을 가지고

남은 여름날도 새 힘을 얻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주님을 소망으로 삼는 사람은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듯 올라갈 것이요,

뛰어도 지치지 않으며,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 이사야 40:31 (새번역)


but those who hope in the Lord will renew their strength.

They will soar on wings like eagles;

they will run and not grow weary,

they will walk and not be faint.

- Isaiah 40:31(NIV)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여름_2025 #니포피아 #트리토마 #새_힘으로_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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