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 Tiger lily
여름이면 매번 사진에 담는 참나리꽃.
연구소에서 일할 때
6월이면 아침에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여
참나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키 큰 참나리꽃을 사진에 담곤 했습니다.
갑자기 그때가 생각납니다.
오래전 제가 선임부장(지금의 부원장)을 맡고 있을 때
금요일 아침이면
'금요일의 초대'라는 이벤트를 한곤 했습니다.
내부 메일을 통해 조금 엉뚱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답을 해오는 사람들 중
창의적이거나 특별한 답을 보낸 사람 5명을
그날 오후에 초청하여
추천할만한 책 한 권을 선물하고
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주일의 지루함에
작은 파문을 만드는 흔들림을 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소통이 부족한 연구원들과
행정 및 연구지원을 맡고 있는 직원들 간의
새로운 소통의 통로를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그 첫 번째 초대에서 선물로 준 책은
구본형 작가가 쓴 <세월이 젊음에게>였습니다.
리더십 특강에서 강사로 초청된 그와의 만남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던 그의 강의는
훗날 제가 과학칼럼과 포토에세이를 쓰게 되는
출발점을 제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인생 2막의 설계에 대해 말하면서
"사진을 잘 찍고 글 쓰기를 좋아한다면
두 가지를 결합한 일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마치 나에게 해준 말 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그는
폐암으로 2013년에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아
그때의 강의가 고마웠다는 인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끝까지 가라. 끝에서 길들은 서로 만나게 되고,
그 길은 우리를 우리가 바라는 곳으로 인도한다.
그 길이 우리를 부를 때 힘을 내어 끝까지 가자.
그 길 끝에 우리가 바라던 인생의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구본형, <세월이 젊음에게> 중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나지만
갈팡질팡 하지 말고
선택한 한 길을 끝까지 가면,
결국에는 우리가 바라던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참나리의 갈라진 수술들이
마치 인생의 갈라진 여러 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모두 암술과 함께
꽃 속으로 합쳐져
생명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합니다
금요일의 초대를 언제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기 않아
자료를 찾다 보니
헬로디디에서 '금요일의 초대' 이벤트를 소개한
2009년 12월 16일 자 기사 하나가
검색되었습니다.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29580
이제 이런 기억도
조금씩 흐려져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기억들이 희미해지는 건
아마도 중요하지 않은 기억들은 내려놓고
떠나갈 준비를 하라는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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