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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09. 2020

11월의 제주-10

초승달과 억새

11월의 제주-10, 초승달과 억새


서쪽 하늘에는
실낱같은 가을이 걸려있었습니다.


빛의 벙커에서 고흐의 그림 속에 한동안 빠져있다

성산 일출봉이 바다 건너 보이는 해변으로 갔습니다.


아내와 외손녀는 바위틈에서

대소와 비슷한 작은 해산물들을 열심히 따고

나는 일출봉과 바다 그리고 두 모델들을

사진에 담느라 저녁때가 다 되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가능한 바다와 가까운 해안도로를 선택했습니다.


서쪽을 향해 달리는 우리 앞으로는

붉은 저녁노을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그 하늘에

실낱같은 늦가을 초승달이

저무는 가을날처럼 지고 있었습니다.


계속 바라보며

가슴에만 담기에는 너무 벅차

길가에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들고 차 밖으로 나왔습니다.  


억새들이 달을 향해

가는 손을 흔드는 소리와

저녁 바다의 낮은 신음 소리도 

사진 속에 배경음악으로 담겼습니다.




초승달/ 노란보석 (브런치 작가)


갈바람에 낙엽 정처 없이 구르고

님 속눈썹 닮은 초승달 서편에 뜨니

기러기 떼 고향 찾아 돌아오는데

내님은 어디에서 길을 잃었나


기다리다 지친 한숨 찬서리 되어

마지막 단풍 붉게 태우는데

우리 사랑은 피다가 시들었고

끝내 못 피운 미련에 흘린 눈물

숨길 일도 닦아 줄 이도 없네


가을밤 찬서리 슴속에 내리는데

초승달 서산에 걸려 머뭇거리는 미련에

내 서러움의 눈물은 저 달 끝에 맺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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