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상-3

벌레 먹은 잎의 겨울

by 박용기


벌레들에 내 준 자리로

겨울바람이 지나며 속삭인다


나누고 비움은

축복이라고


마른 나뭇잎 하나

가벼이 겨울을 난다





겨울 나뭇잎만
이렇게 마르고 비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모습이 달라집니다.


주름은 자외선과 세월로
콜라겐 같은
피부를 지탱하던 물질이 줄어들어
생겨난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사랑하고 고민하고 견뎌온
삶의 이력,
생각의 결이
겉으로 드러난
삶의 궤적인지도 모릅니다.


벌레에게 자신을 내어주어
구멍 난 나뭇잎은
겨울바람 앞에서도
오히려 더 가벼이
이 계절을 건너갑니다.


사랑하고
나누고
베풀었던 흔적이
주름으로 남는

나이 듦이라면,

그 사람은
늙은 것이 아니라
삶이 깊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사는 자신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때문에

날 수 있다.

그와 달리

악마는 자신의 무게를 무겁게 하기 때문에

추락하고 만다.

- G. K. 체스터턴 (영국의 작가)


Angels can fly

because they take themselves lightly,

devils fall

because of their gravity.

- G. K. Cheste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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