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6

by 박용기


한 해가 저무는 송년의 시간 즈음에
눈 대신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말라서 구겨진 채

아직 겨울나무에 매달린 단풍잎들 위에

겨울비가 내려

비 속에 나를 멈추게 합니다.


한 해를 보내는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모습 같기도 하여

젖은 가을 잎처럼

겨울비에 젖어듭니다.


이 즈음이 되면

한 해의 시간이

한꺼번에 가슴속에 밀려옵니다.


무언가 많이 이룬 것 같았던 일들이

비에 젖어 한 줌만큼 작아져 버리고 나면

아쉬운 마음이 앞서고,

마른 가을 잎처럼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노래 가사를 떠올려봅니다.


지금은

지나간 한 해와

다가올 새해를 위해

기도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 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들어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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