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의 끝-6, 분홍 나비바늘꽃
가을의 끝자락까지
힘겹게 꽃을 피워내는
분홍 나비바늘꽃입니다.
여름과 가을 동안 줄기차게 꽃을 피우고
겨울이 가을을 슬며시 밀어낸
가을의 끝자락까지
꽃을 피우는 이 아이가
너무도 대견합니다.
가녈기도한 꽃대를 따라
바늘 모양의 꽃봉오리가 자라고
그 속에서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날개를 편 나비 같은 꽃이 피어납니다.
가우라(gaura) 혹은 홍접초로도 불립니다.
가우라(gaura)는 그리스어로
superb(훌륭한)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도 여러 가지지만
그중 Whirling Butterflies도 있어
서양에서도 나비처럼 보이나 봅니다.
언제쯤 저기 저 분홍색 나비들이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저 여린 꽃대가 눈을 감을지 모르지만
이날만큼은 봄날처럼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며칠 전 읽은 묵상글 중에
가슴에 남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용기가 아니라 감사함"이라는.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분홍 나비바늘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작은 감사가
지금 우리를 두렵게 하는 많은 것들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가을의 끝/ 최승자
자 이제는 놓아 버리자
우리의 메마른 신경을.
바람 저물고
풀꽃 눈을 감듯.
지난 여름 수액처럼 솟던 꿈
아직 남아도는 푸른 피와 함께
땅 속으로 땅 속으로
오래 전에 죽은 용암의 중심으로
부끄러움 더러움 모두 데리고
터지지 않는 그 울음 속
한 점 무늬로 사라져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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