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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16. 2020

그 가을의 끝-6

분홍 나비바늘꽃

그 가을의 끝-6, 분홍 나비바늘꽃


가을의 끝자락까지
힘겹게 꽃을 피워내는
분홍 나비바늘꽃입니다.


여름과 가을 동안 줄기차게 꽃을 피우고

겨울이 가을을 슬며시 밀어낸

가을의 끝자락까지

꽃을 피우는 이 아이가

너무도 대견합니다.


가녈기도한 꽃대를 따라

바늘 모양의 꽃봉오리가 자라고

그 속에서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날개를 편 나비 같은 꽃이 피어납니다.


가우라(gaura) 혹은 홍접초로도 불립니다.

가우라(gaura)는 그리스어로

superb(훌륭한)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도 여러 가지지만

그중 Whirling Butterflies도 있어

서양에서도 나비처럼 보이나 봅니다.


언제쯤 저기 저 분홍색 나비들이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저 여린 꽃대가 눈을 감을지 모르지만

이날만큼은 봄날처럼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며칠 전 읽은 묵상글 중에

가슴에 남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용기가 아니라 감사함"이라는.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분홍 나비바늘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작은 감사가

지금 우리를 두렵게 하는 많은 것들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가을의 끝/ 최승자


자 이제는 놓아 버리자

우리의 메마른 신경을.

바람 저물고

풀꽃 눈을 감듯.


지난 여름 수액처럼 솟던 꿈

아직 남아도는 푸른 피와 함께

땅 속으로 땅 속으로

오래 전에 죽은 용암의 중심으로

부끄러움 더러움 모두 데리고

터지지 않는 그 울음 속

한 점 무늬로 사라져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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