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9

늦 여름의 흰 그림자

by 박용기
Poetic-9-늦 여름의 흰 그림자, 부추꽃


늦 여름의 한낮 더위가

“아직 여름이 가지 않았어” 하고 말하는

나의 이마에

약간의 땀 방울을 적실 즈음


동네 풀밭에는

길쭉한 꽃대를 세운 부추꽃 위에

늦 여름의 흰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가까이 다가가 코를 대보면

한여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생각나던

부추전 냄새가 난다


조금 떨어져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면

뉘 집 규수인지

참 정갈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늦 여름 부추꽃



*

늦여름/ 김옥자


황토 방 툇마루에 햇살 쏟아지는 한낮

사르르 굴러 내리는 은빛 구슬 같은 땀


아직 미련이 남아 고개 숙이지 못하고

떠나는 계절 시원한 바람 목에다 걸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살랑살랑 그네 뛰는

푸른 잎 흔들어 깨워 가을 노래 부르네


아침저녁 부드러운 숨결이 고맙지만

돌아설 수 없는 떠날 기약이 안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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