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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의 사진공감 poetic
Poetic-8
초가을을 밝히는 등불
by
박용기
Sep 20. 2020
초가을과 늦여름이 사이좋게 동거하는
이 계절도 의외로 좋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하고
낮으로는 햇볕이 좀 따가운
그래서 꼭 짬짜면처럼
여름과 가을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이 즈음에 피어나는 꽃 중
계요등이라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름에서 벌써 냄새가 좀 나지요?
하지만 초가을을 밝혀주는 등불처럼
이 즈음에 피어나는 이 아이는
오늘도 나를 향해 밝은 미소를 보내줍니다.
계절의 아름다운 동거처럼
이 세상도 다른 서로를 포용하며
아름답게 동거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계요등은 꼭두서니과의
풀꽃이 아닌 잎 지는 덩굴나무입니다.
덩굴들도 지지대를 감고 올라갈 때에는
자신들만의 방향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에서처럼 계요등은
지지대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갑니다.
등나무는 반대로 오른쪽 나사 법칙을 따릅니다.
계요등(鷄尿藤)의 순수 우리말 이름은 ‘구렁내덩굴‘인데
잎과 꽃에서 닭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한자 이름입니다.
학명도 Paederia scandens로
속명인 페데리아(Paederia)는 ’악취‘를 뜻하는 라틴어 페도르(Paedor)에서 왔고
종명 스칸덴스(scandens)는 ’기어오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역한 냄새가 나는 아이는 아니어서
좀 억울한 이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계요등/ 김승기
*
서울 종묘 담장 위에서
여름이면 땅으로 땅으로
길게 목을 늘이는
계요등
지금 꽃 피우고 있겠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팔을 벌리면서도
누구에게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웃음짓는
바짝 다가가지 않는 사랑법을
가르쳐준 너
오늘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위해
클라리넷 불고 있겠지
병들어 찾아온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않는
낯선 고향
시름겨운 한숨소리 뱉을 때마다
나직이 들려주던 너의 속삭임이 그립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야멸찬 고향 바람
고통의 바다를 자맥질하다가 겨우 잠드는
깊은 이불 속이 유일한 행복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
이제 네게로 가련다
가슴 울려주던 클라리넷 선율 멈추고
둥근 열매마저도 떨어져
누렇게 찌그러진 얼굴 되어도
서로 아픔 달래며 마주하는
행복한 시간 만들고 싶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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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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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과학 때문에
저자
청연(靑涓), 사진과 글로 공감하고 싶은 과학자, 과학칼럼니스트, 꽃 사진 사진작가, 포토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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