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한 알의 과학

by 박용기
달걀은 닭이 낳은 알(닭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고 같은 뜻의 한자어로는 계란(鷄卵)이라 부른다. 달걀은 전체가 하나의 세포로 구성된 단세포로 되어 있으며,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노른자에는 비타민 A, 비타민 D, 비타민 E, 인, 칼슘 등과 다른 영양소들이 풍부히 들어 있어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되는 만능의 식재료이다. 하지만 작은 계란 하나에는 많은 과학도 함께 들어있는 재미있는 과학 교재이기도 하다.



닭은 왜 매일 알을 낳을까?


오래전 수렵 시대의 인류는 새나 야생닭 등의 둥지에서 알을 채취해서 식용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닭의 오랜 조상인 야생닭은 다른 새들처럼 번식을 위해 번식 시기에 맞춰 알을 낳았으며 일반적으로 봄에 10여 개를 낳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둥지로부터 식용을 위해 알들을 가져가자 야생닭들은 번식을 위해 알을 더 많이 낳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대략 5천 년에서 1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번식을 위한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알을 낳는 것은 새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지만, 특별한 닭들은 번식기가 아닐 때에도 수시로 알을 낳게 되었고 이런 닭을 꾸준히 계량하여 레그혼 같은 종류의 닭은 거의 매일 하나의 알을 낳게 되었다.


암평아리가 자라서 6개월 정도가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건강한 암탉은 매일 한 개의 알을 낳게 되는데 알을 낳는 주기는 대략 24시간에서 26시간이다. 그러나 햇빛에 의해 산란이 촉진되기 때문에 낮시간이 짧아지는 계절에는 매일 알을 낳지 않아 일 년에 평균 265개의 달걀을 낳는다. 대부분의 암탉은 2년 정도 왕성하게 알을 낳은 후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암탉 하나가 평생 낳을 수 있는 달걀의 수는 대략 530개가 된다.


달걀 하나가 만들어질 때, 암탉의 난소에서 먼저 노른자가 만들어져 난관의 누두부로 이동하게 된다. 수탉과 교미가 이루어지면 이곳에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그 후 30분 정도가 지나면 난관을 따라 더 이동하면서 흰자가 형성되고 난관을 따라 계속 이동을 하면서 얇은 막이 형성되고 자궁으로 이동하여 18시간에서 24시간을 머무르면서 단단한 껍질이 형성된다. 이러한 달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수정이 되지 않아도 계속 진행되어 수정되지 않은 무정란도 낳게 된다. 수정이 된 유정란은 부화의 조건이 맞으면 후에 병아리를 만들 수 있는 생명력이 있는 달걀이고, 무정란은 그렇지 못한 것 이외에는 두 종류의 달걀은 영양이나 맛 등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


유정란과 무정란의 구별은 외관상으로는 어렵고 달걀을 깨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달걀의 노른자 표면에는 작은 흰 반점이 있는데 무정란은 특별한 모양이 안 보이는데 반해 유정란은 흰 반점 안에 수정에 의해 세포 분열의 초기 단계인 배반엽(Blastoderm)이라는 것이 형성되어 도넛처럼 가늘고 둥근 선이 보인다. 모양이 마치 소의 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불스 아이(bull’s eye)’라고도 부른다. 이는 배반엽 가장자리 세포들이 두꺼운 층을 유지하고 있어 어둡게 보이기 때문이다.


유정란의 배반포 흔적, 사진: 박용기


달걀의 화학

최고의 계란 프라이나 삶은 계란을 만들기 위한 과학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계란 속에 담긴 화학을 하나씩 꺼내 보기로 하자. 계란은 생명이 닮긴 노른자를 보호하고 생명이 발아할 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노른자는 흰자가 감싸고 있고 이 모든 것들은 단단한 껍질로 감싸여 있다.


달걀의 껍질은 조개껍질과 같이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졌다. 껍질은 단단해 보이지만 실은 9,000개 이상의 수많은 작은 공기구멍을 가지고 있다. 이 기공을 통해 내부와 외부 사이에 공기가 통하게 된다. 달걀 껍질의 색은 흰색과 갈색 사이에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색이 조금 다른 이유는 달걀 껍질이 닭의 난관에서 만들어질 때 껍질에 있는 염료 분자에 의해 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프로토포르피린 IX (protoporphyrin IX)라는 염료는 갈색 껍질을 만든다. 이 염료 분자는 헤모글로빈의 원료이기도 하다. 프로토포르피린 대신 오시아닌(oocyanin) 염료가 있으면 푸른색 알이 만들어진다. 흰색 달걀 껍질은 이러한 염료가 전혀 없을 때 만들어진다.


달걀의 흰자는 90 %가 수분이며 나머지는 주로 단백질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 난맥알부민(ovalbumin)은 병아리가 부화할 때 영양으로 사용되며 소화 효소의 작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단백질인 콘알부민(conalbumin) 혹은 오버트랜스페린(ovatransferrin)은 철 원자와 강하게 결합하고 있어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을 막아주고 부화하는 병아리에 필요한 철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흰자에는 난백뮤신(ovomucin)이라는 단백질도 있는데 이 단백질은 흰자의 점성을 높여 끈끈한 상태를 유지시켜준다.


달걀노른자에는 올레산, 팔마트산, 리놀레산 등의 지방산이 많으며 콜레스테롤도 많다. 그밖에 지방에 녹는 비타민 A, D, E 및 K도 가지고 있다. 노른자의 색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루테인(lutein)과 제아잔틴(zeaxanthin) 때문에 당근이나 오렌지의 색과 같은 노란색 혹은 주황색이다. 달걀노른자의 색은 먹는 먹이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짙은 색을 내기 위해 베타 카로티노이드가 들어있는 사료를 주거나 메리골드 꽃잎, 붉은 고추 등 붉은색 계열의 먹이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완벽한 달걀 프라이를 위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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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페 식당 등의 계란 프라이 코너에 가서 계란 프라이의 익힌 정도를 말할 때 흔히 하는 말 중에

써니 사이드 업(sunny side up) 혹은 오버 이지(over easy) 혹은 오버 하드(over hard)등이 있다. 써니 사이드 업은 계란의 한쪽 면만 익힌 채 뒤집지 않아 노른자가 덜 익은 상태로 해(sun) 모양으로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쪽 면을 익힌 뒤 뒤집는 방법을 오버라고 부르는데, 노른자를 익힌 정도에 따라 이지(easy, 반숙), 미디엄(medium, 반완숙), 하드(hard, 완숙) 등을 붙여 부른다. 즉 오버 미디엄은 한쪽 면을 익힌 뒤 뒤집어 노른자를 반완숙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구분하여 요리하는 이유는 각 단계마다 익은 정도가 달라 질감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날달걀을 깨서 프라이 팬에 놓으면 처음엔 투명한 액체 위에 노른자가 올려져 있게 된다. 그리고 열이 계속 가해지면 투명한 액체는 점차 흰색으로 변하면서 고체 형태로 변해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흰자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열을 받아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단백질은 구슬 목걸이처럼 긴 줄 형태의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여러 가지의 아미노산들이 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열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긴 체인이 둥그렇게 말려있는 구상 단백질 형태를 지닌다. 하지만 열을 가해 에너지가 공급되면 단백질 체인이 펼쳐지면서 길게 늘어나게 된다. 열이 더 가해지면 긴 단백질 체인들이 서로 뒤섞이기 시작하면서 망 형태의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게 된다. 그러면서 젤 형태가 되어 유동성이 떨어지고 군집된 단백질 네트워크가 모든 빛을 반사하게 되어 흰색을 띠게 된다.


흰자의 단백질은 60 °C가 되면 변화가 시작되며 65 °C에 도달하면 완전히 변화되게 된다. 노른자 속의 단백질은 흰자의 단백질이 완전히 변화되는 65 °C가 되어야 변화가 시작되며 70 °C가 되면 완전히 구조가 바뀌게 된다. 단백질 구조의 변화와 네트워크 형성 과정은 갑자기 한 순간에 일어나지 않고 각각의 단백질이 펼쳐지고 다른 분자들과 엉키면서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달걀 프라이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만드는 게 좋다. 그래야 부드럽고 탄력 있는 달걀 프라이를 만들 수 있다.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프라이하게 되면 수분이 증발하고 단백질 구조가 일정하게 펼쳐지지 못한 채 서로 엉키거나 길이가 수축되면서 치밀한 조직을 만들게 되어 부드럽지 못하고 딱딱해지게 된다.


삶은 달걀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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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삶을 때 어떻게 삶는 것이 가장 좋을까? 추천되는 방법의 하나는 달걀을 찬물이 담긴 냄비에 조심해서 넣은 뒤 물이 끓기를 기다린 후 물이 끓으면 뚜껑을 닫고 불을 끈 후 일정 시간 기다리는 것이다. 달걀의 크기에 따라 그리고 노른자의 완숙 정도에 따라 필요한 시간은 달라진다. 크기에 따라 열에너지가 내부까지 전달되는데 필요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중간 크기의 달걀을 반반숙으로 익히려면 6분, 큰 달걀은 7분이 필요하다. 완숙인 경우 중간 크기는 11분, 큰 크기는 12분을 기다리면 된다. 실온의 달걀이라면 이보다 대략 1분 정도씩 시간을 줄이면 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달걀의 단백질이 응고하는 온도가 흰자는 60 °C에서 65 °C, 노른자는 65 °C에서 70 °C이기 때문에 100 °C로 계속 끓는 물에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높은 온도로 오래 삶게 되면 부드러운 조직이 사라지고 고무처럼 질긴 느낌의 조직이 만들어진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살모넬라 균의 경우 71 °C에 노출되면 바로 죽기 때문에 100 °C로 오래 끓이지 않아도 된다. 삶은 달걀의 경우 60 °C 부근에서 불투명해지면서 점도가 높아지고 75 °C가 되면 부드럽게 굳게 되며 87 °C 이상에서는 단단해지게 된다.


달걀을 삶을 때 가끔 두 가지 난제에 봉착할 때가 있다. 하나는 껍질을 벗기기 어려울 때가 있고 또 하나는 삶는 동안 깨지는 경우이다. 보통 신선한 달걀이 며칠 된 달걀에 비해 껍질을 벗기기가 어렵다. 이는 신선한 달걀의 경우 흰자의 산성도(pH)가 7.6에서 7.9 사이이고 탄산가스를 함유하고 있어 흰자가 껍질 바로 아래의 얇은 막에 잘 달라붙어 있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걀 껍질의 기공을 통해 탄산가스가 배출되고 공기가 유입되면서 흰자의 pH는 9.2 정도까지 올라가면서 더 알칼리성이 된다. 이 경우 내부의 얇은 막과 흰자의 결합력이 약화되며 내용물이 수축되면서 껍질과 얇은 막 사이의 공기층의 간격도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냉장 보관 상태에서 7일 내지 10일 정도 된 달걀이 삶은 달걀로는 최적의 상태라고 한다. 껍질을 잘 까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에서 삶은 뒤 뜨거운 물을 버리고 바로 찬물을 달걀 위에 흐르게 하고 흐르는 찬물 속에서 공기주머니가 있는 둥근 끝 부분부터 까면 좋다.


달걀의 둥근 끝 부분 밑에는 공기주머니가 있는데, 가열 중 이 안의 공기가 팽창하면서 껍질에 압력을 가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삶기 전 이 부분에 작은 바늘구멍을 내어 가열 중 공기를 빼주는 방법이 있다. 또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삶지 말고 실온에 두어 출발 온도를 높여주는 방법도 있다. 보통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이나 식초를 넣기도 하는데 깨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아니며 혹시 금이 가 내부에서 흰자가 밖으로 스며 나올 때 초기에 엉기게 해서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한다.


완숙된 삶은 달걀에서 녹색의 막이 노른자 주변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노른자의 온도가 70 °C 이상으로 올라간 경우에 나타나는데, 이는 흰자의 아미노산 속에 있던 황 성분이 노른자 속의 철분과 반응해서 황화철 막을 만들기 때문인데 건강에 해롭지는 않다. 높은 열로 가열하거나 오랜 시간 가열하면 이러한 녹색 막이 두껍게 생성된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닫은 후 일정 시간 유지하여 삶는 방법이 추천된다.


달걀은 삶거나 프라이 혹은 스크램블 또는 계란찜 등 단독으로도 훌륭한 음식이 되지만, 다양한 요리나 식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가 되기도 한다. 노른자는 지방산과 레시틴이 많아 다른 식재료들을 결합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케이크나 제빵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또 마요네즈 등 소스에서 기름 등을 분산시키는 유화제 역할도 한다. 흰자의 경우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빵을 만들 때 강도와 안정성 및 수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노른자를 뺀 흰자는 휘젓게 되면 거품을 내면서 부피를 8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어 공기를 품은 촉촉한 질감의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은 달걀 하나에도 수많은 과학이 담겨있다. 이러한 과학 지식을 알고 달걀을 요리한다면 재미와 함께 더 맛있는 달걀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엔 과학이 함께 하는 더 맛있는 달걀 프라이 하나가 식탁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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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계량과 측정> 2020년 4분기 호에 실린 제 글을 재편집하였습니다.

*사진 및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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