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달콤함에 빠지다

케이크의 과학

by 박용기


“요리가 예술이라면, 빵을 만드는 일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빵과 케이크를 만든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구성과
만드는 과정에서의 변수들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케이크의 과학-크리스 11+12-1.jpg



‘크리스마스’ 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일까? 한 급식업체에 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는 응답이 설문자의 68%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 이 유로는 ‘특별한 기념일 혹은 파티 느낌을 낼 수 있어서’, ‘케이크의 달콤한 맛이 크리스마스의 낭만과 잘 어울려서’ 등이 꼽혔다. 생일 하면 생각나는 음식 역시 미역국과 함께 케이크를 빼놓을 수 없다.


케이크는 누가 가장 먼저 만들었고 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처 럼 특별한 기념일에 먹게 되었을까?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이미 사람들은 빵을 만들어 먹었다. 그들은 뜨겁게 달군 돌을 오븐처럼 사용해서 빵을 만들고 거기에 달콤한 꿀을 넣어서 최초의 케이크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초기 케이크는 납작하고 딱딱한 형태로, 빵과 케이크를 구별하기 어려웠으며 스펀지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오늘날의 케이크와는 많이 달랐다. 영어로 ‘cake’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3세기부터인데, 이 말도 케이크를 뜻하 는 고대 노르웨이어인 ‘kaka’로부터 왔다고 전해진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케이크를 빵과는 다른, 좀 더 특별한 음식으로 만들었는데 가장 중요한 기술은 반죽을 부풀려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초기에는 이스트를 사용해 발효시킴으로써 부풀렸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까다로웠다. 1800년대 중반부터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를 사용하면서 사람들은 빵과 전혀 다른,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케이크의 식감을 쉽게 만들게 되었다.


케이크들은 대부분 둥글고 위는 평평한 형태를 지닌다. 왜 그럴까? 만드는 방법이 대체로 공 모양의 반죽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빵의 역사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케이 크는 초기부터 종교적 의식이나, 혹은 특별한 행사와 관련되어 발전했기 때문이다. 둥근 모양은 삶이 순환함을 의미하며 태양이 나 보름달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둥그런 케이크를 만들고 그 위에 촛불을 켜서 케이크가 달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러한 행위는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찬미하기 위해서였다.


생일에 케이크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독일에서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케이크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대부분 비싼 것들이어서 당시에는 귀족이나 부유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는 관습은 없었다. 그러다 18세기부터 독일에서 아이들 생일에 케이크를 준비하고 케이크에 초를 꽂아 축하하는 일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케이크 속에 숨어있는 물리와 화학


“요리가 예술이라면, 빵을 만드는 일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빵과 케이크를 만든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구성과 만드는 과정에서의 변수들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케이크의 기본적인 재료는 기능에 따라 구조를 만들 어주는 강화제(밀가루, 계란 등), 단백질 섬유를 짧게 만들어주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드는 연화제(설탕, 버터, 발효제 및 팽창제), 내부의 물기를 흡수하는 건조제(밀가루와 전분, 코코아 분말, 우유 분말 등), 반죽에 수분을 제공하는 보습제(물, 우유, 액상 설탕, 계란 등), 향미를 내기 위한 향신료(바닐라나 코코아 분말 혹은 계피 등)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첨가물이 있는데 바로 공기다. 각 첨가물들은 반죽과 가열 과정에서 서로 물리·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맛있는 케이크로 탈바꿈한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케이크의 식감은 다름 아닌 공기에서 나온다. 케이크 속에 들어있는 공기의 많은 부분은 초기에 지방과 설탕이 혼합되는 ‘크리밍’ 과정에서 들어온다. 공기는 설탕 결정의 거친 표면을 따라 모이는데, 결정입자가 작을수록 많은 공기가 크림 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입자가 고운 정제당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강하게 많이 휘저을수록 공기의 양이 증가한 다. 이렇게 들어온 공기는 지방 방울 속에 갇혀 거품을 만든다.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 중 가장 힘든 노동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857년 미국의 요리사 레스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버터와 설탕을 섞는 일이 케이크 만들기에서 가장 힘든 과정이다. 이 일은 남자 하인을 시켜서 하라’고 기술했을 정도다.


케이크 속 설탕 성분은 초기 혼합 과정에서 공기의 유입뿐만 아니라 밀가루의 단백질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설 탕은 캐러멜이 되는 온도를 낮추어 케이크의 표면을 낮은 온도에 서도 갈색으로 변화시키며, 케이크를 촉촉하게 만들어 완성된 케이크의 부드러움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준다. 밀가루는 함께 들어가는 재료들을 붙잡아 케이크가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이때 글루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밀가루와 물을 혼합하면 밀가루 속 단백질들이 뭉쳐서 그물망 형태의 글루텐을 만드는데, 밀가루 속 단백질이 많을수록, 그리고 오래 휘저을수록 글루텐의 양이 증가한다. 글루텐의 양이 증가하면 반죽의 점도가 높아져 질기고 부드럽지 못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케이크에는 제빵용 고단백 강력분(단백질량이 12~14 %)을 사용하지 않고 단백질량이 10 % 이하인 저단백 밀가루를 사용해야 하며, 반죽은 오래 휘젓지 않는 것이 좋다.


17세기에는 계란이 케이크를 부풀리는 역할을 하는 재료였으나 점차 이스트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그리고 1840년대에 베이킹소다가, 1860년대에는 베이킹파우더가 개발되면서, 이것들이 이스트 대신 케이크를 부풀려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흰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사용한 케이크는 19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베이킹소다는 탄산수소 나트륨, 혹은 중탄산나트륨으로 불리는 물질이며, 베이킹파우더는 알칼리 성분(일반적으로 베이킹소다)과 하나 이상의 산성염(타르타르 크림 등), 그리고 비활성 녹말(옥수수 등)의 혼합물이다. 베이킹소다에 물과 열을 가하면 산과 알칼리가 반응하여 탄산가스를 만들고, 이것이 크리밍 과정에서 반죽 안에 만들어진 작은 공기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베이킹소다나 베이킹파우더를 넣으면, 공기를 가능한 많이 넣기 위해 힘들게 저어야 하는 크리밍 과정을 화학반응이 대신해주기 때문에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전기 교반기로 저어주면 끝난다.


케이크가 구워지는 3단계


반죽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오븐에 넣어 구워보자. 케이크를 굽는 과정은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전체적으로 반죽의 부피는 팽창한다. 팽창의 주된 원인은 반죽에 포획되어 있던 작은 공기 방울들의 부피가 증가하고 베이킹파우더에서 탄산가스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죽이 60 °C가 되면 수증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밀가루의 글루텐 망을 더욱 부풀린다. 탄산가스와 수증기가 부피 팽창의 90 %를 담당하며 열팽창이 10 % 정도 기여한다.


80 °C가 되면, 계란 단백질이 응고하고 전분입자가 물을 흡수하여 젤 상태가 되며 글루텐은 탄성을 잃어버리면서 부푼 반죽이 케이크 모양으로 굳어진다. 이 단계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 같은 부드러운 케이크의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죽의 표면이 마르면서 본격적으로 케이크의 맛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바로 마이야르 반응이 마법을 부리는 시점이다. 당류나 아미노산 성분은 열을 받으면 변화하는데, 색이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빵이나 케이크에 식욕을 자극하는 풍미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반응은 프랑스의 화학자 마이야르(Louis-Camille Maillard)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이 끝나면 오븐에서 케이크를 꺼내야 하는데, 언제 꺼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케이크가 팬으로부터 살짝 수축되고 껍질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스프링처럼 다시 올라오는 단계가 되면 적당하다. 그리고 가는 철사나 얇은 칼로 찔러봤을 때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아야 한다. 오븐에서 꺼낸 케이크는 팬 속에서 약 10분 정도 열을 식혀 안정화시킨 뒤에 팬에서 꺼내 표면의 수분과 열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철망으로 만든 선반에 올려놓고 식혀야 한다.


케이크를 잘 만들기 위한 기본원칙


그런데 레시피대로 따라 해도 맛있고 보기 좋은 케이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는 레시피를 정확히 따라 하지 않았거나 사용하는 오븐의 온도가 설정한 온도와 차이가 크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케이크를 만드는 일은 과학이기 때문이다.


케이크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모든 재료의 양은 레시피에 있는 대로 정확히 계량해서 넣어야 한다. 첨가되는 재료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가열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 오븐은 반드시 예열을 해야 한다. 예열을 하지 않으면 가열 시간이 늘어나 수분의 증발이 많아지므로 건조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케이크가 된다. 또 정확한 온도에서 구워야 하는데, 온도가 낮으면 익는 시간이 오래 걸려 건조하고 색이 흐려진다. 반면 너무 높으면 내부가 잘 익기 전에 표면이 탄다. 또 굽는 중간에 오븐을 열면 오븐 내에 형성된 수증기가 빠져나와 오븐 내부가 잠시 진공 상태가 되면서 케이크의 스펀지 조직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케이크가 다 구워질 때까지는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


전 노르웨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을의 어둠이 내려앉으면, 우리들이 기억하게 될 것은 케이크, 허그, 대화에의 초대 그리고 단 한 송이 장미와 같은 작은 친절이다.”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가족과 함께 맛있는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서로에게 베풀었던 작은 친절을 기억했으면 한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보 KRISS 2017년 11-12월 호 게재

* 맛있다, 과학 때문에, 박용기 지음, 곰출판, 2020, pp19-26

맛있다 과학 때문에_표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토마토 맛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