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Dec 21. 2020

The reds in December-4

겨울 산수유

The red in December-4, 겨울 산수유


올 12월엔 사진을 찍으러 밖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창고를 뒤져봅니다.


몇 년 전 한밭수목원에서 찍은 산수유 열매입니다.

수목원이어서 몸에 좋다는 산수유 열매가

겨울에도 나무에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벌써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가득합니다.


탱탱하고 윤기나던 젊은 날은 가고

겨울 찬바람 지나간 자리마다 주름진 얼굴로

아름답던 가을날을 추억하는

쓸쓸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지마다 새봄을 준비하는

작고 앙증맞은 겨울눈들이 가까이 매달려 있어

겨울 산수유 열매는

마치 어린 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처럼

인자하고 따뜻해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늘 이렇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참 다르게 느껴집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 겨울에도

신의 섭리에 따라

새봄을 준비하고 있는 겨울나무를 보며

오늘도 긍정의 믿음으로 힘을 내 봅니다.




겨울 산수유/ 박종영


오랜 침묵으로 잎 진 가지들이

낮은 석양에 오돌오돌 사무친다

찬란했던 노란 웃음도 지금은 붉은 꽃으로 시들고,

찬바람은 외길 하나 만들어 놓고 흘러가라 타이른다

메마른 산수유 한 개를 딴다,

움쑥 떨어지는 붉은 살 자국,

저건 오욕으로 더럽힌 세상 씻어내는 눈물인가?

오늘은 누군가 하늘 흔들었나, 첫눈이 오네,

질박했던 봄의 향연,

그토록 절실한 몸뚱이 분칠하고 으스댈 때는

이렇게 추운 겨울을 혼자 지킬 줄 몰랐다

전부 떠나가고 외롭게 남아

오늘도 꽃등 켜고 화 푸는 겨울 산수유




#reds #산수유_열매 #겨울 #한밭수목원 #2017년

매거진의 이전글 The reds in December-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