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질빵
1월의 숲 속은 참 삭막합니다.
무채색의 침묵이 무겁게 깔린 숲 속엔
나무와 풀들이 숨을 죽인 채
이 시련의 계절이 어서 가기 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때로는 이렇게 꽃처럼 피어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사위질빵의 씨앗을 품은 갓털이
마치 눈꽃처럼 마른 가지에 피어나고
때 맞춰 비추는 겨울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겨울 숲 속에서도
어딘가에는 이렇게 아름다움이 남아 있습니다.
마치 ‘절망은 없다’라고 말하는 듯이…
“폭풍이 지나간 언덕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도 맑은 샘물은 솟아납니다”
60년대 MBC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절망은 없다’ 시간에
늘 흘러나오던 내레이션입니다.
연식이 좀 오래된 분들만 기억하시겠지만….
겨울숲 /신경림
굴참나무 허리에 반쯤 박히기도 하고
물푸레나무를 떠받치기도 하면서
엎드려 있는 나무가 아니면
겨울숲은 얼마나 싱거울까
산짐승들이나 나무꾼들 발에 채여
이리저리 나뒹굴다가
묵밭에 가서 처박힌 돌멩이들이 아니면
또 겨울숲은 얼마나 쓸쓸할까
나뭇가지에 걸린 하얀 낮달도
낮달이 들려주는 얘기와 노래도
한없이 시시하고 맥없을 게다
골짜기 낮은 곳 구석진 곳만을 찾아
잦아들 듯 흐르는 실개천이 아니면
겨울숲은 얼마나 메마를까
바위틈에 돌틈에 언덕배기에
모진 바람 온몸으로 맞받으며
눕고 일어서며 버티는 마른 풀이 아니면
또 겨울숲은 얼마나 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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