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피어나는 꽃-4

사위질빵

by 박용기
112_5514-s-Flowers blooming in winter-4.jpg 겨울에 피어나는 꽃-4, 사위질빵



1월의 숲 속은 참 삭막합니다.


무채색의 침묵이 무겁게 깔린 숲 속엔

나무와 풀들이 숨을 죽인 채

이 시련의 계절이 어서 가기 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때로는 이렇게 꽃처럼 피어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사위질빵의 씨앗을 품은 갓털이

마치 눈꽃처럼 마른 가지에 피어나고

때 맞춰 비추는 겨울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겨울 숲 속에서도

어딘가에는 이렇게 아름다움이 남아 있습니다.

마치 ‘절망은 없다’라고 말하는 듯이…


“폭풍이 지나간 언덕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도 맑은 샘물은 솟아납니다”


60년대 MBC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절망은 없다’ 시간에

늘 흘러나오던 내레이션입니다.


연식이 좀 오래된 분들만 기억하시겠지만….




겨울숲 /신경림


굴참나무 허리에 반쯤 박히기도 하고

물푸레나무를 떠받치기도 하면서

엎드려 있는 나무가 아니면

겨울숲은 얼마나 싱거울까

산짐승들이나 나무꾼들 발에 채여

이리저리 나뒹굴다가

묵밭에 가서 처박힌 돌멩이들이 아니면

또 겨울숲은 얼마나 쓸쓸할까

나뭇가지에 걸린 하얀 낮달도

낮달이 들려주는 얘기와 노래도

한없이 시시하고 맥없을 게다

골짜기 낮은 곳 구석진 곳만을 찾아

잦아들 듯 흐르는 실개천이 아니면

겨울숲은 얼마나 메마를까

바위틈에 돌틈에 언덕배기에

모진 바람 온몸으로 맞받으며

눕고 일어서며 버티는 마른 풀이 아니면

또 겨울숲은 얼마나 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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