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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an 17. 2021

The Number-180

터닝 포인트


2020년은 코비드-19(COVID-19)로 인해 이전 세상과는
너무도 달라진 세상이 되어버렸다.
함께 모여 음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미덕이던 사회가
정반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이 미덕인 세상으로 바뀌었다.
언텍트(untact)가 새로운 중요한 코트가 되고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세상.

정말 코로나-19는 이 세상을 이전과 180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우리는 어떤 것들이 정반대가 되었을 때 180도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를 때로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가 주장한 지동설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살던 시대는 15세기에서 16세기까지이다. 1473년에 태어난 그는 그때까지 모든 사람들이 오랫동안 굳게 믿고 있던 위대한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배웠고 그를 존경했다.


천동설이란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의 모든 별이 하루에 한 바퀴씩 회전을 하는 일주운동을 한다는 학설이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가 체계를 만든 천동설은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서 좀 복잡한 가정들이 필요했다. 즉 행성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각자 지름이 다른 이심원이라는 큰 원을 그리며 돌면서 그 원 궤도에 중심을 둔 80개가 넘는 주전원이라는 작은 원을 따라서도 돌고 있다는 가정이 필요했다.


천문학자이면서 가톨릭 성직자이기도 했던 코페르니쿠스는 독자적으로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해야 하는 우주 구조는 신의 섭리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구가 중심이 아닌 태양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를 행성들이 회전하면 보다 간단하게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우주의 중심을 지구로부터 태양으로 바꾼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1510년 무렵에 ‘소 논평’이라는 짧은 원고를 써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지구가 중심이라고 믿고 있던 세상에 ‘이 생각은 잘못되었고, 태양이 중심이며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개념은 가히 혁명적이었기 때문에 큰 저항감이 생겼다.


아직 지구가 지구 상의 물체를 당기는 힘 즉, 중력이 있다는 개념이 나오기 한참 전이었으니, 사람들은 지구가 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지구 표면에 붙들려 있을 수 있는지를 의심하였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소 논평’의 내용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완성하기까지는 무려 25년이 더 필요하였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 것은 그보다 8년 뒤인 1543년이었으며, 그가 임종을 맞기 바로 직전이었다고 한다.


코페리니쿠스의 지동설이 받아들여진 것은 17세기에 와서 케플러와 갈릴레이가 이론을 수정하고 보완함으로써 가능해졌지만, 기존의 우주관을 180도 바꾼 과학 혁명은 그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었다.





원은 왜 360도일까?


정반대 방향을 180도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출발점에서 원을 그려 한 바퀴를 돌 때 출발점의 정 반대 방향에 오면 180도가 되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360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원은 100도나 200도처럼 간단한 숫자가 아니고 360도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론이 존재한다.


첫 번째 설명은 고대 바빌론과 연관이 있다. 수메르와 바빌론 사람들은 60진법의 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양손의 손가락 10개로 1부터 10까지를 셀 수 있듯이 바빌론 사람들도 손가락을 이용해 60까지 세었다고 한다. 오른손의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의 마디를 세면 12개가 된다. 12까지 센 후, 왼손의 엄지를 굽히고 다음 12를 센 후 왼손의 검지를 굽히는 방법으로 하면 모두 5번을 반복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하면 12 마디 x 5 손가락 = 60이 된다.


하지만 60 진법과 원이 360도인 것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원을 한 변이 원의 반지름이 되는 정삼각형 6개로 채우면 정확히 채워지게 된다. 정삼각형 하나를 그들이 사용하던 60 진법의 기본 수인 60이라 하면 6개의 정삼각형의 합은 360이 된다. 그래서 원을 360 등분한 각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두 번째 설명은 1년의 길이와 연관이 있다. 현재 우리의 1년은 365일로 구성된다. 이 수치는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가 정확히 같은 위치에 다시 돌아오는 날 수를 관측하여 얻은 값이다. 페르시아 사람들도 이러한 관측을 했지만 간단히 하기 위해 1년을 360일로 하였다. 그래서 페르시아 사람들은 매 6년마다 한 달의 윤달을 두어 계절을 맞추었다.


세 번째 설명은 바로 수학적인 편리성 때문이다. 360은 7을 제외하고 1부터 10까지 모든 수로 나누어진다. 더욱이 자신을 포함하여 24개나 되는 수로 나누어진다. 360까지의 수 중 나눌 수 있는 수(나눗수, 약수)가 가장 많은 수가 바로 360이다. 100은 편리한 수이긴 하지만 약수는 9개밖에 되지 않는다. 즉 360은 나누기가 가장 편리한 합성수이다. 그러므로 정수의 작은 각도들로 나누기에 아주 편리한 수다. 360은 2, 3, 4로 나누면 180, 120, 90 등 정수로 편리하게 나누어진다. 하지만 100은 3이나 6으로 나눌 경우 정수가 아니다.






지구의 경도 180도


요즘은 코비드-19 때문에 해외여행을 꿈도 꾸지 못하지만, 이전에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여행을 다녀올 때면, 가며 오며 날짜가 하루씩 바뀌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태평양 어딘가에 있는 날짜 변경선(IDL, International Date Line)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바로 경도 180도 선이다. 이 선을 넘는 순간 순식간에 만 24시간이 더해지거나 줄어드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세계 지도나 지구본을 보면 지구를 격자(grid)로 나누는 선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적도와 평행한 위선(latitude)과 북극에서 남극을 있는 경선(longitude)이다. 이 두 선에 의해 지구 표면의 한 지점은 경도와 위도로 결정되는 정확한 주소를 가지게 된다. 즉 서울의 경우 남산 중턱에 위치한 서울의 지리적 중심점의 글로벌 주소는 경도  126° 59′ 30.664″, 위도  37° 33′ 06.890″이다. 각도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1도(1°)는 60분(60′), 1 분은 60초(60″)로 구성된다.


위도는 적도와 양 극이 있기 때문에 적도를 0도, 북극을 북위 90도, 남극을 남위 90도로 180 등분을 하였다. 하지만 경도는 측정의 기준이 필요하였다. 즉 어디를 경도 0도로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1851년 영국은 경도 기준선, 즉 경도 0도를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으로 결정했다. 그 후 1884년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경도 대회에서 이 기준 경도를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 prime meridian)’으로 채택함으로써 국제적인 경도 기준이 되었다. 그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영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180도, 서쪽으로 180도로 나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에 과학 분야와 철도 산업 등에서 세계 표준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876년 영국의 엔지니어인 샌포드 프레밍(Sandford Fleming) 경이 24 개의 시간대를 제안하였지만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디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시간대의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지구를 360 개의 자오선으로 등분한 경도 1도는 시간으로 환산하면 4분 간격이 된다. 다시 말하면 경도 15도를 이동하면 1시간의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지점의 경도만 알게 되면 본초자오선이 지나가는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계를 기준으로 그 지역의 정확한 시각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시각을 그리니치 평균시(GMT, Greenwich Mean Time)라 불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1년 동경 135도를 표준시 기준으로 결정하여 이 지점에 해가 남중하는 시각을 정오로 정했기 때문에 GMT보다 9시간 빠른 시각이 된다 (GMT+9).


1950년대에 정밀한 원자시계가 발명되면서 지구 자전을 기준으로 하는 것보다 더 정밀하게 시간 측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1972년 1월 1일부터는 GMT 대신 UTC(협정 세계표준시)를 사용하게 되었다. GMT가 천문 관측에 의해 결정되는 ‘평균시’인데 반해, UTC는 원자시계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 원자시를 바탕으로 유지하며, 지구 자전의 미세한 변화를 보완해주는 윤초 보정을 통해 GMT와 같아지도록 동기화한다. 윤초(閏秒)란 협정 세계시와 실제 지구의 자전과 공전 속도를 기준으로 한 태양시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오차를 보정하기 위하여 추가하는 1초이다. 12월 31일의 마지막에 추가하거나, 혹은 6월 30일의 마지막에 추가한다. 최근 적용된 윤초는 2016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UTC)에서 2017년 1월 1일 0시 0분 0초(UTC)로 넘어갈 때 적용되어 2016년이 보통의 1년보다 1초 길어지게 되었다.


윤초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 자전 주기가 빙하가 녹거나 지각변동이 발생함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1년 일본에 진도 9.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적도 부근으로부터 큰 지구 질량 이동이 발생하여 자전 주기가 1.8 밀리초(0.0018초) 짧아졌다고 한다.






경도 15도마다 1 시간의 시차가 발생하면 360도를 돌게 되면 24시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하루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날짜가 변경되는 경계가 필요하게 된다. 1884년에 열린 국제 경도 대회에서는 날짜 변경선을 경도 180도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본초자오선의 정 반대쪽이어서가 아니라 경도 180도의 자오선이 지나는 곳이 태평양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그곳에 사람이 사는 국가들이 거의 없어 큰 혼란이 없고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지구가 공처럼 둥글기 때문에 경도 1도 사이의 거리는 적도에서 가장 길어 133.33 km이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짧아져 극지방에서는 0이 된다. 즉 모든 경도가 한 점에 모이게 된다. 그렇다면 북극과 남극에서는 어떤 시간대를 사용해야 할까? 극지방에서는 어느 시간대를 사용해도 상관이 없게 된다. 즉 원하는 편리한 시간대를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남극에 있는 각국의 기지들은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장보고 과학기지는 UTC+11 시간대를 사용하지만, 호주 기지는 UTC+8, 아르헨티나 기지는 UTC-3, 일본 기지는 UTC+3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다.


코비드-19로 지구촌은 힘들고 어려운 때를 맞고 있지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면 우리 인류가 더 나은 새 시대를 열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숫자 #number #과학 #180

* 이 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보 KRISS 2020년 4분기호에 게재되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KRISS 2020 vo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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