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제주-3, 계요듯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서 입던 옷차림으로
집 뜰을 거닐어 보는 일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즐거움이었습니다.
집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개머루덩굴과 그 사이사이로
사이좋게 덩굴을 뻗고 꽃을 피우는
계요등이 아름다운 뒤뜰.
태풍이 지나간 뒤
더 반갑게 느껴지는 아침 햇살에
앙증맞은 모습으로 해맑게 인사하는
계요등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여유롭고 평온한 아침을 맞는 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달라져 버린 세상을
잠시 잊게 하는 쉼이었습니다.
아침 / 강은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한 슬픔은 어느 날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