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나비-5/ 며느리밑씻개와 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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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동네 풀밭에는
어디에서 왔는지
샛노란 노랑나비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외손녀는
노랑나비를 잡아 우리 집 발코니에 두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말립니다.
훨훨 하늘을 날다가
작은 들꽃 카페에 들러
달콤한 꿀차를 즐기는
나비의 자유로운 삶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며느리밑씨개에 앉아
작은 꽃 속에서 꿀을 먹는 이 나비는
어디에서 날개를 조금 찢긴 모양입니다.
그래도 잘 나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조금은 안쓰러워 보입니다.
작은 꽃을 부여잡고
꿀을 빨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엽고 앙증맞습니다.
9월의 풀밭에는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있어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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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노랑나비/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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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열듯 창문을 열었다.
서랍장 틈에서 갓 부화한 남방노랑나비 한 마리 손가락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창문 밖으로 옮겼다. 무거운 등짐을 진 것도 아닌데 무쇠 신발을 신은 것도 아닌데 먼 길을 가는 것 더욱 아닌데 발가락 바르르 떨리게 하는 날개 한 벌 무게가 천만근이다.
날아다니는 것들은 제 무게를 온전히 책임지는 것들.
입술 한 벌 처음 받을 때 떨리던,
몸속에 열꽃들 일제히 피어나던 아찔한 연애 무게처럼
손가락 위에 앉은 봄의 발가락은 간지럽기만 하다.
나비를 옮기는 일이
천만근 무게를 옮기는 역사(役事)
혹은 역사(力士)다.
나비는 햇살 한 장 위에 앉아 제 날개에 묻은 천만근을 비비고 털며 말리고 있다.
사과꽃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숨 막히게 하던 입술 한 벌은 아직도 우화(羽化) 중일까.
나비를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내 입술 한 벌도 언제 날아갔는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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