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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Feb 11. 2021

겨울비 2021-3

겨울비 2021-3


겨울비는 차가움 속에
따뜻한 봄빛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겨울비가 그친 오후에

외손녀와 동네 산책을 나섰습니다.


외손녀가 크고 작은 돌멩이들과 노는 사이

나는 근처에 있는 서어나무 가지에 남아있는

빗방울들과 놀았습니다.


나무가 서있는 조금 높은 곳에서

가지 끝들을 바라보니

벌써  너머에는

따뜻한 봄빛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겨울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저렇게 따뜻하기를 바라며

이 순간을 사진에 담아놓았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봄빛이

서어나무 가지 끝 겨울 빗방울 속에

아름답게 달려있었습니다.




겨울비/ 정용진

초록 잎으로 태어나서
뜨겁고 붉게 살다가
지금은 갈색으로 변하여
모토(母土)로 돌아가려는 나뭇잎들 위로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떠나가려는 자의 어깨 위를
토닥여주는 부드러운 손길
어느새 가지마다 맺힌 이슬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다.

나의 창가에는
낙엽을 떨구고
또 하나의 생명들을 예비하면서
설월한풍(雪月寒風)을
온 몸으로 견디는 벗은 나목들...
동구 밖에 어스름이 깔리기 전
그리움을 남기고 떠난 너의
회귀(回歸)의 발소리가 그립다.

들녘에는 여명의 아침을 위하여
낡은 추억을 몰고 떠나가는
바람소리로 가득하다.
아직도 창밖에는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겨울비 #서어나무 #빗방울 #봄빛 #동네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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