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13

퍼플 레인 Purple rain

by 박용기
박용기의 사진공감 Poetic-14, 퍼플 레인 Purple rain

*

9월이 안부를 물어올 때면

초가을 비가 내린다.

이즈음 찾아오는 쑥부쟁이 꽃 잎 위에

보랏빛 비가 되어 내린다.


쑥을 캐러 간 대장장이(불쟁이)의 딸이

죽은 자리에서 핀 꽃이라는 전설 때문일까?

너를 보면 가슴속에 슬픔이 인다.


어릴 적 기억 속 어머니께서

들국화라 불렀던 꽃 중의 하나인 너를 보면

어릴 적 내달리던

시골 가을 들판이 떠오른다.


가을 초엽에

오래되어도 지워지지 않을

보랏빛 물감처럼

쑥부쟁이 꽃잎 위에

비가 내린다.


*


쑥부쟁이 꽃 / 이대의


*

내 청춘을 사로잡았던 꽃

젊은 날, 산골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쳐 이야기 나누다

또 만날 것을 약속하고 돌아섰지


내 사는 꼴이 보잘것없어

그냥저냥 지내다가도

찬바람 불면 생각났던 꽃


석삼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아 다시 찾은 산골


거기에 여전히 그 꽃이 있었지

아직까지도 모습 변치 않고

중년이 되어버린 꽃


한때 사랑을 나누던 꽃들 다 떠나갔어도

이제껏 나만 생각하며 기다렸던 꽃

그때의 약속이 산보다 더 큰 것일 줄은


아무 말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밤새도록 혼자 울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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