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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의 사진공감 poetic
Poetic-12
서리를 기다리며, Waiting for frost
by
박용기
Sep 25. 2020
박용기의 사진공감 poetic-12, 서리를 기다리며/ 대상화
*
아직 채 가을이 오지 않았는데
이 아이는 벌써 서리를 기다립니다.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고
누구는 대상화(待霜花)라 부릅니다.
또 가을을 밝히는 국화라고
누구는 추명국(秋明菊)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리고 학명이 Anemone hupehensis로
아네모네 집안 꽃이라 하여
누구는 가을아네모네라고도 부릅니다.
비가 내린 날
그 집 정원에서 만난 이 꽃은
너무 고고한 아네모네보다
어딘가 모자라고 비어 있어
더욱 정감이 갑니다.
가을이 오려하는 계절이 되면
이 꽃은 벌써 서리를 기다리고
나는 이 꽃을 기다립니다.
비록 곧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이 되면
꽃말처럼 ‘시들어가는 사랑’이 될지언정……
*
구월의 이틀/류시화
*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 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 온다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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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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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靑涓), 사진과 글로 공감하고 싶은 과학자, 과학칼럼니스트, 꽃 사진 사진작가, 포토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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