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더위에 지치고 지루해져 9월이 오면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세상이 찾아올 것 같은 기대로.
이제 9월의 끝자락에 서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이 시를 읽어봅니다.
그리고 시의 중간쯤에서 마음이 흔들립니다.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어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진다'는......
이 아름다운 날씨 이 아름다운 들꽃 그리고 이 아름다운 사람
이 모든 것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의 보살핌이었고, 그분의 큰 은혜였음을 깨닫고 감사하게 됩니다.
9월이면 잡초로 흔하게 피어나는 개여뀌도 시인의 시를 품고 피어난다고 생각하며 바라보니 내 가슴에 아름다움으로 깊이 남습니다.
나도 이 가을을 9월의 강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
9월이 오면 / 안도현
*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