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Mar 03. 2021

이른 봄-4

봄까치꽃-1

이른 봄-4, 봄까치꽃-1


이 봄에 맨 먼저 본 작은 꽃

동네 풀밭에서 외손녀가 찾아 준

꼬꼬마 봄꽃입니다. 

봄까치꽃.


큰개불알풀이라는 고약한 이름도 있지만

봄을 알리는 소식을 전하는 꽃이라

봄까치꽃이 더 어울립니다.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이라고

이해인 수녀님은 말합니다. 


아직 마른 갈색의 풀숲에서

언제 녹색의 잎을 내고

이렇게 작지만 예쁜 꽃을 피워냈는지

그저 경이로울 뿐입니다. 


그런데 

이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 서너 시 경이면

피어있던 꽃송이가

동백꽃처럼

갑자기 툭 하고 떨어지고 맙니다.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는 느낌입니다. 

혹시 내가 뭘 잘못 건드렸나 하는 죄책감을 느끼게도 됩니다.


늦은 오후에 외손녀와 풀밭에서 만난 꽃도

벌써 그렇게 요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꽃송이들을 풀밭에서 주워

죽은 나무 등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요절한 작은 꽃들을 추모하듯.

그리고 사진에 담아 두었습니다. 

아직 젊은 날의 그 모습으로.


봄은 벌써 이렇게 우리 곁에 오고

또 스러져가기 시작했습니다. 

3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봄까치꽃/ 이해인


까치가 놀러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너,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이른_봄 #봄까치꽃 #떨어진_꽃 #동네풀섶 #2021년

매거진의 이전글 이른 봄-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