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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11. 2021

이른 봄-10

변산바람꽃

이른 봄-10, 변산바람꽃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변산바람꽃


올해엔 찾아가 보지 못한 그곳에

지금도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있을 그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지난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잘 보내고

예쁘게 피어났겠지요?


가보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지난해에 담아온 사진으로 채워봅니다.


사진 속 변산바람꽃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속에 숨어있던 이른 봄이

삼월의 바람 속에서

고개를 듭니다.


변산바람꽃의 흰색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라고 합니다. 

진짜 꽃은 그 안쪽에 초록색, 노란색 또는 황록색의

깔때기 모양의 작은 것입니다.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받침 잎이 꽃잎처럼 넓게 변한 것입니다.


부지런한 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다른 꽃들이 피기 전인 2월 말 경  

추위에 몸을 떨면서 부지런히 꽃을 피우는 꽃입니다. 


어찌 보면 애처롭기도 하고,

어찌 보면 참 바지런한 꽃이기도 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등굣길 콩나무 시루 같던 만원 버스에 시달리기 싫어

어두 컴컴한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던 내 모습을 잠시 떠올리게 됩니다. 


이른 봄을 몰고온 바람이

변산바람꽃을 흔들어 깨우고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습니다. 




삼월의 바람 속에/ 이 해 인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삼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빛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삼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삼월의 바람입니다




#이른_봄 #봄꽃 #변산바람꽃 #2020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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