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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13. 2021

이른 봄-12

광대나물-1

이른 봄-12, 광대나물


가까운 곳에 
임대해주는 주말농장이 있다고
아내가 한 번 가보기나 하자고 했습니다.


그냥 바람이나 쏘일 겸 나섰는데

그곳은 아직 준비도 안되어 있고

겨울 밭 그대로였습니다.


외손녀는 해보고 싶어 했지만

이것저것 생각한 끝에 신청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주차를 해두었던 곳으로 와보니

경사진 풀밭에 붉은빛이 가득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광대나물이 벌써 군락을 지어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서양 광대들이 입고 있는

광대 옷 목 주변을 감싸는 칼라처럼

동그랗게 돌려서 잎이 나 있다고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작은잎꽃수염풀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주말농장 덕분에

풀밭에 벌어진 광대들의 잔치를 볼 수 있었으니

분명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광대나물/ 김승기

오늘 이 꽃이 피면
내일은 저 꽃 지겠지

외줄 타는 일생
언제 떨어질까
조마조마 조바심 일다가도

구경꾼 모여들면
하늘로 치솟을 때마다 피어나는 신바람
붉디붉게 맺히는 꽃송이
걸팡진 놀음판이었지

꿈으로 남은 건가
멀어진 아득한 세월
이젠 누가 나물이라고 먹어주겠는가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으면
새로 피는 꽃을 위해
서 있던 자리 물려주어야겠지

명예로울 것도 없지만
서러울 것도 없지

목숨으로 사는 생명이여
어느 것 하나 모두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지휘하는 그분의
각본에 따라 울고 웃는
광대놀음판의 연극배우인 것을




#이른_봄 #광대나물 #작은잎꽃수염풀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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