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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29.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2

나팔꽃-2

박용기의 사진공감 2, 나를 붙잡는 순간들-2


*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바람 따라 허공을 흐르는 나팔꽃 한송이가

나를 붙잡습니다.


나에게 할 말이 있었을까요?


어쩌면 아침에 피어나

오후가 되면 시들어 가지만

누군가에게 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서 조용히 피었다 지는 흔한 나팔꽃도

때로는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꽃송이로 인정받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나팔꽃을 따라

흔들리는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날 따라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


나팔꽃 봉오리 하나가/ 이윤학


*

나팔꽃 봉오리 하나가

내 창문에 와 귀를 대고

뭔가를 엿듣기 시작했다

닫힌 창문 곁에 와

한낮의 방충망에 귀를 대고

고요한 방 안을 탐색하고 있었다


돌아와 창문을 열면

나팔꽃 봉오리 하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묵묵히 지켜보던 나팔꽃 봉오리 하나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향기를 전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내 창문은 안에서 닫혀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팔꽃 봉오리는 창문을 등지고 있었다

나는 그때에야 나팔꽃처럼 창문 밖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

#나를_붙잡는_순간 #나팔꽃 #바람에_나부끼는_꽃 #흔들리는_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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