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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28.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1

나팔꽃-1

박용기의 사진공감 2,  나를 붙잡는 순간들-1


*

오랜만에 초등학교에 가서

과학 강연을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일부만 등교를 하지만

학교 주차장은 가득 차

학교 앞 큰길 건너편 공터에 주차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송실에서 비대면으로

서로 얼굴도 못 보고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차로 돌아와

공터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텃밭에는 들깨도 보이고 오이꽃도 보였습니다.

결명자의 노란 꽃도 피었습니다.


그런데

바람에 나부끼는 나팔꽃 하나가 나를 부릅니다.


허공에 매달려 흔들리는 꽃을 사진에 담으며

나도 나를 붙잡는 순간에 매달려 흔들립니다.


뜻하지 않게 다가오는 순간들

그 순간들을 사진에 잘 담는 일은

어쩌면 흔를리는 인생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을 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흔들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결정의 순간들

어떻게 내 인생에 담아야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게 될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배워야 할 숙제입니다.


*

나팔꽃/ 목필균


*

어둠에 지쳐

새벽 창문을 열면

나를 불러 세우는

붉은 나팔 소리


나이만큼 기운 담장을 타고

음표로 그려진

푸른 잎새의 노래


밤새

쏟아지던 비에

말끔하게 닦여진

환한 미소 따라

달려가는 귀바퀴

*

#나를_붙잡는_순간들 #나팔꽃 #바람 #도안 #초등학교_과학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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