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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의 사진공감 2021
나를 붙잡는 순간들-3
오이꽃
by
박용기
Sep 30.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3, 오이꽃
나팔꽃이 허공에서
바람에 나부끼던 공터에는
노란 오이꽃도 하늘을 향해
노랗게 피어 있었습니다.
오이도 호박처럼
같은 줄기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어나는데
이 아이는 꽃 밑에
작은 아기 오이가 달려있지 않으니 수꽃입니다.
벌과 나비에게 꽃가루만 제공하고는
결실 없이 곧 지고 말 꽃입니다.
하지만 그렇던 말던
가녀린 긴 줄기 끝에
하늘을 향해
세상에서 제일 멋진 모습으로 피어있는
오이꽃 하나가
내 마음속에 담겼습니다.
*
오이 / 허수경
어라,
아직 여름길은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
오이넝쿨의 손은 하늘을 더듬더라
그때 노란 꽃은 후두둑 피기 시작하더라
아직 여름길은 나지 않았는데
바다로 산책을 나간 새들은
오이 향을 데리고 저녁이 닫히기 전 마을로 돌아오더라
오이꽃에서는 바다의 향기가 나더라
바다에 빠진 태양빛 같은 새들의 수다 속에서
꽃은 지고 오이 멍울이 화반에서 돋아나더라
여름길이 열리고 그 노란 꽃 가녘에
흰 나비는 스르르 속옷을 열더니 쪼그리고 앉더라
먼 사랑처럼 기어이 휘어지면서 오이가 열리든 말든
#박용기의_사진공감_2 #나를_붙잡는_순간들 #오이꽃 #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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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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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靑涓), 사진과 글로 공감하고 싶은 과학자, 과학칼럼니스트, 꽃 사진 사진작가, 포토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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