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어릴 적 내가 살던 시골엔
탱자나무가 참 많았습니다.
봄이면 흰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작은 공 모양의 초록 열매가 열려
가을이 되면 노랗게 익었습니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
때로는 이 탱자를 따서 먹어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신맛에 진저리를 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가시 많은 이 나무에
피어난 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습니다.
얼마 전
아내와 외손녀와 함께 동네 산책을 하다
흰 꽃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가시가 커다란 탱자나무였습니다.
이곳에서 30년이 넘게 살아왔지만
그곳에 탱자나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흰꽃이 유혹하지만
커다란 가시가 있어
왠지 가까이 다가가기가 편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작사 및 작곡한 노래
<가시나무>가 떠오릅니다.
1988년 4월 발매된 3집의 타이틀 곡이었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대목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면서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후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으며
특히 2000년에 조성모가 리메이크를 해
다시 한번 크게 히트하기도 했습니다.
수도 없이 다니던 길가에
오랜 전부터 자라면서
꽃이 피고 노란 열매도 열렸을 텐데
이 봄에야 새롭게 내 눈에 들어온
탱자꽃을 보면서,
내가 보는 것과 아는 것의 한계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가 봅니다........
가시나무/ 하덕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외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매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곳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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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53CRSg1hk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