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의 사진공감 2, 나를 붙잡는 순간들-5아파트 화단에 낮게 핀 분홍꽃이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주차장 바로 옆 구석이라
보통 때 눈도 주지 않는 자리에.
그런데 이 아이가 나를 불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몸을 낮추고 들여다보니
붉은 싸리 꽃이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려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씨름을 했습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아주지 않아도
나에게는 소중한
붉은 싸리 꽃을
그렇게 사진에 담았습니다.
세상에는 작고 사소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아름답고 소중한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싸리 꽃/ 김 명 중
여름 산길은
가슴에 꽃을 달고
불을 밝힌다.
산하를 물들이는 분홍빛 함성
논두렁, 밭두렁 산기슭에 묻어둔 기억들
바람이 초록으로 물들면
아버지는 뒷산에 올라
흐드러진 뒷산의 허리를 한 바지게 담아오셨다
싸리나무 꽃이 지고
가을이 오면
깔깔거리던 아이들은 회초리를 피해 달아나고
마당 앞 감나무가 제 종아리를 내밀었다
나는 청맹과니였다
으름장을 놓던 싸리나무 회초리에
돌아앉은 어머니의 눈물이 묻어있던
잠 못 드는 밤인 것을 몰랐다
종아리에 남은 빗줄기 같은 핏자국도
한 계절을 살고나면
붉은 꽃으로 핀 다
싸리나무는 사랑으로 자란다는 것을
수십 번의 여름이 오고
자식을 낳았던 한 지아비가 되면서 알았다
오늘
여름 산길에서 나도 한 묶음의 싸리 꽃을 가슴에 달아본다.
** 청맹과니(靑盲--) :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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