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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의 사진공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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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박용기
Oct 03.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6
박용기의 사진공감 2, 나를 붙잡는 순간들-6
가끔씩 찾아가는 무주의 한 카페
테라스 한쪽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청귤 차 한 잔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피었는지 카페 뒤쪽 낮은 축대에는
구절초가 피어있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건물에 가려져 반 응달에 핀
구절초 하나가 나를 불렀습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무식한 놈’이라 했던
안도현 시인의
‘구절초의 북쪽’이라는 시처럼
흔들리는 몇 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절초가 통째로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구절초의 북쪽/ 안도현
흔들리는 몇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본 적이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 적 있는가? 그러다가 꽃송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햇빛이
잠깐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구절초,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무거워
가까스로 땅에 내려놓은 그늘이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 있는 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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