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붙잡는 순간들-7

by 박용기


아침의 서늘한 기운이

늦잠자는 여름을 깨우고,

한낮의 길어진 여름의 그림자를

밀어내는 즈음이면


나는 붉게 피어나는 꽃무릇을 찾아 나섭니다.

멀리 선운사 꽃무릇을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한밭수목원의 숲을 찾곤했습니다.


올해엔 그마저 어려워

이제는 퇴직하여 자주 가보지 못하는

연구소 뒷 산에 잠사 들러 꽃무릇을 만났습니다.


붉은 옷을 입고 신명나게 춤을 추는 무희 같기도 하고

두팔 벌려 하늘을 우러르며

간절한 소원을 기원하는 것 같기도 한 꽃


올해도 만날 수 있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꽃무릇/ 이잠


지나갈 테면 빨리 지나가라 했지요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 자리에서 꿈쩍 않네요

머무를 테면 머물러 봐라 했지요 마음은

지천으로 흘러흘러 붉게 물들이대요

내가 그대에게 갈 수 없고

그대가 나에게 갈 수 없어도

꽃은 피었습니다


천지에 그대라 눈에 밟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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