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붙잡는 순간들-8

by 박용기

외손녀가 학교에 가는 날

외손녀를 데리러 학교로 갑니다.


학교 앞 낮은 회양목 울타리 사이로

며느리밑씻개 가지 하나가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누군가를 기다리듯 작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잠시 나무 울타리에 기대어.

이 순간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렌즈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황홀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초가을 햇볕이

풀꽃의 작은 가시 사이에서 부서집니다.

세상의 모든 시름도 함께 부서져

작은 행복으로 변하는 매직의 순간이었습니다.



가을 그림자 / 김재진


가을은 깨어질까 두려운 유리창
흘러온 시간들 말갛게 비치는
갠 날의 연못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찾으러
집 나서는
황혼은
물 빠진 감잎에 근심 들이네.
가을날 수상한 나를 엿보는
그림자는 순간접착제.
빛 속으로 나선 여윈 추억 들춰내는
가을은
여름이 버린 구겨진 시간표.



#나를_붙잡는_순간들 #며느리밑씻개 #동네학교앞 #202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붙잡는 순간들-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