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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y 13. 2021

벌써 5월-6

금낭화

벌써 5월-6, 금낭화


무언가 마음으로 할 이야기가 많은 듯
긴 가지에 작은 가슴들이 총총이 매달려있습니다. 


늘 5월이면

금낭화를 사진에 담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계절이 좀 빠른 것 같습니다.

어쩌다 만난 금낭화는 모두

전성기를 지나 이제 퇴락의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창고를 뒤져

2년 전 사진에 담아 둔 금낭화를 꺼냈습니다. 


언제 봐도 참 특별한 모양을 가진 꽃입니다.

작은 하트 모양의 주머니 속에

무언가 할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것만 같습니다. 


금낭화(錦囊花, bleeding-hearts)는 

양귀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꽃 속에 황금빛 꽃가루가 들어 있어 

금 주머니꽃이라는 뜻으로 

금낭화라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좀 섬뜩한 이름인 

bleeding heart으로 불립니다. 

하트 모양의 꽃이 붉게 피어 

그런 이름을 얻은 것 같습니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순종적인 꽃말을 가진 꽃이기도 합니다. 


시골집 화단에 피어난 금낭화를 만나지 못하고 

이 봄이 지나가 아쉽긴 하지만,

지난해에 사진에 담아 둔 꽃으로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했습니다. 





금낭화/ 김영환


보고 싶다 만날 수 없는 시간들
뿌리로 다지고 다져서
가슴 주머니에 저축해 둔 그리움이
꽃봉오리로 솟아 터지거든
터져서 붉은 핏물 뚝뚝 흘러내리거든
날 불러주오 그대 서늘한 눈썹 끝에
방울방울 먹빛 시간들이 뭉쳐져서
눈곱으로 툭 떨어져 발등 찍거든
날 찾아 주오 젖은 발이 부르터서
기우뚱거리는 몸이 타오르거든
타서 재가 되거든 나를 불러 주오
화석이 된 굳은 피가 흐르도록
흘러서 그대 가슴주머니에 고이도록
내 구름을 깨워 주오




#벌써_5월 #금낭화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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