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주제에 의한 변주곡

by 박용기
여름은 덥고 습하고 그래서 불쾌지수가 높은 계절이다.
이럴 때엔 초록이 내다보이는 시원한 카페에 앉아
아이스커피 한 잔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클래식 음악 중 어떤 주제를 리듬, 선율, 화음 등을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변화시켜서 전체를 하나의 악곡으로 만든 것을 변주곡이라고 한다. 여름 꽃 사진을 가지고 색과 느낌이 다르게 변화시켜 여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만들어 보았다. 여름에 만날 수 있는 꽃 속에서 잠시 클래식 음악을 느끼면서 쉬는 시간이 된다면 여름날의 지루함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변주곡 1- 회향 꽃 1 (Fennel)


114_4680_81-st-2-s-Variations on the theme of summer-1.jpg 변주곡 1- 회향 꽃 1 (Fennel)


어느 텃밭에서 만난 회향이라는 꽃이다. 학명은 Foeniculum vulgare Mill이며, 한자로는 회향(茴香)이다. 영어 이름은 Fennel이라고 한다. 회향은 지중해 연안이 원산인 향신료 허브 식물이다. 변질되어가는 육류나 생선류에 이 향을 쓰면 원래 맛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회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래는 연노랑의 작은 꽃들이 산형으로 달린 꽃이다. 그런데 시원한 느낌이 나도록 색감을 시원한 푸른빛으로 변화시켜 변주곡을 만들어 보았다.


세상을 살면서 변질되어 가는 주변을 원래 하나님이 만든 살 맛 나는 세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면, 어쩌면 회향은 바로 그리스도인이 속성을 닮은 식물인지도 모르겠다.




변주곡 2- 회향 꽃 2 (Fennel 2)


114_4662-67-st-s-Variations on the theme of summer-2.jpg 변주곡 2- 회향 꽃 2 (Fennel 2)


여름은 풀꽃과 나무들이 왕성한 생명력으로 활기 찬 계절이다. 하지만 삶이란 늘 죽음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풀꽃들에도 계절이 바뀌면서 죽음이 서서히 찾아오지만 때로는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꽃이 핀 채 가지가 꺾여 시들어가는 회향 꽃을 만났다. 스러져가는 꽃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진에 담고 싶었다. 죽음은 삶의 아름다운 연장처럼....


그리고 젊은 날 즐겨 듣던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가 떠올랐다. 이 곡의 정식 명칭은 '현악 4중주 14번 D단조, D. 810’이지만, "죽음과 소녀"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의 2악장에 슈베르트의 가곡 "죽음과 소녀"의 멜로디가 변주곡 형식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서정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가곡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녀 :


저리로, 아 저리로. 지나가다오,

사나운 죽음이여 나는 아직 젊다. 가거라.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하지 말아 다오

나를 다치게 하지 말아 다오.


죽음 :


그대, 손을 다오. 아름답고 상냥한 소녀여.

친절한 나는 그대를 해치지 않는단다.

편안한 기분으로! 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란다.

나의 품 안에 고이 잠들거라.


우리의 삶은 늘 죽음이라는 가장 큰 두려움과 함께 한다. 하지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부활과 함께 하늘나라에서의 영생을 믿기에 죽음 앞에서도 담대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시들어 가는 회향의 가지에서도 아름다운 여름의 변주곡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변주곡 3- 백련

114_4396_97-st-m-2-s-Variations on the theme of summer-3.jpg 변주곡 3- 백련


여름의 꽃 연꽃, 그중에서도 순백의 백련은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리고 귀에 익숙한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바로 폴란드의 여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바다르체프스카가 소녀시절인 18세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소녀의 기도>다. 내림 마장조의 변주곡 형식으로, 조용하면서도 은은하게 울리는 펼침화음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다.


하지만 정확한 그녀의 생년이나 작곡 년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1829년 혹은 1834년 생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그녀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여름은 즐거운 계절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삶을 힘들고 지치게도 한다. 이럴 때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 피어난 순백의 연꽃을 보며 기도를 드린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욕심을 버리고 가벼워지도록…..”



변주곡 4- 범부채

114_4741-s-Variations on the theme of summer-4.jpg 변주곡 4- 범부채



여름날에 피어난 참 아름다운 범부채꽃을 만났다. 마치 초록빛 오로라가 아름답게 펼쳐진 북쪽 나라 밤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별처럼 느껴졌다.


외손녀가 어렸을 때 자주 보여주었던 동요 동영상 중에 반짝반짝 작은 별 “Twinkle twinkle little star”가 생각났다. 그림이 너무 예뻐 외손녀뿐만 아니라 나도 참 좋아하던 동영상이었다.


잘 아는 것처럼 이 곡은 ‘작은 별 변주곡’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모차르트가 만든 변주곡의 주제 부분이다. 원 제목은 “12 Variationen über ein französisches Lied "Ah, vous dirai-je, maman", K.265. 원제목을 직역하면, <프랑스의 가곡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에 의한 12 변주곡>이 된다.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사랑의 노래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라는 곡을 가지고 만든 변주곡이라고 한다. 그 후 모차르트가 사망한 뒤 원 가사 대신 이 노래에 ‘Twinkle, twinkle, little star,’라는 사랑스러운 동요 가사가 붙게 되었다고 한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Up above the world so high

Like a diamond in the sky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반짝반짝 작은 별

네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

세상 저 높은 곳에서

하늘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작은 별

네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


영어 가사를 잘 음미해 보면 우리말로 부르던 동요 가사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짝반짝 작은 별은 어쩌면 언제나 우리에게 진리의 빛을 비추시고 인도해 주시는 예수님의 빛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 #주제에_의한_변주곡 #회향 #fennel #백련 #범부채


*이 글은 대덕교회의 소식지 <대덕행전> 2021년 여름호에 실린 저의 '포토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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