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2019-2
이맘때면 어딘가에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곳이 있습니다.
붉고 흰 연꽃이 가득 피어나는 연못입니다.
하지만 올해엔 다녀올 수 없을 것 같아
2019년의 궁남지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넓은 궁남지 여기저기에
늘씬한 키의 훤칠한 흰 연꽃들이
저마다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리도 맑고 고울까요?
보고 또 봐도 아름다운 자태
나도 연꽃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진흙탕 연못 속에서
저리 맑은 꽃을 피워낼 자신이 없어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맙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올해도 연꽃 구경을 가서
연꽃에 반했지만
결국 연꽃은 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연꽃 구경/ 정호승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죽고 사는 게 연꽃 같은 것이라고
해마다 벼르고 별러
부지런히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인데도
끝내 연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꽃들이 사람 구경을 한다
해가 질 때쯤이면
연꽃들이 오히려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여름연못 #연꽃 #백련 #궁남지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