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 꽃
동네 길 가 덤불 사이에서
줄기를 뻗어 녹색 잎을 내고
꽃봉오리를 올려 꽃을 피운 인동꽃입니다.
아침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은 시각
오랜만에 학교에 가는 외손녀는
인동꽃 위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을 보고
신기해했습니다.
이 봄에
완전 백수가 되어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하게 된 나로서도
참 오랜만에 만나는
모습입니다.
6월/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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