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 summer-11, 참나리
장마가 시작될 즈음이면
꼭 만나고 싶은 꽃이 있습니다.
기다란 키와 날렵란 잎사귀
조금은 세련되지 않은
주근깨 가득한 주황색 꽃이지만,
별처럼 아름다운 꽃
참 나 리.
얼마 전 찾아간 그곳엔
올해도 어김없이 이 꽃이 피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참나리는 잎겨드랑이에
까만 ‘주아(主芽)’가 달리는데
이 주아가 열매 구실을 해서 번식한다고 합니다.
백합의 순우리말이 '나리'인데
그중에서도 진짜라는 '참'이 붙어
나리꽃의 원단인 꽃이 되었습니다.
이 여름에
저렇게 맑고 고운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참나리/ 김승기
땅에서 사는 모든 것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산다
푸른 싹 밀어 올리며 나도 그랬다
그러나 봄은 짧고 여름은 길었다
쳐다볼수록 고개 아픈
구름으로 뭉쳐진 꿈들은
타는 여름날
허공에서 맴돌다 바람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이제 가을을 맞으며
하늘바라기를 접는다
슬프게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슬픈 것, 모두
발아래에 있어서 행복한,
빈 몸으로
땅을 내려다본다
겨우겨우 꽃 피었지만
서투른 사랑으로 울던 날이 길었는지
아직 올바른 사랑법을 몰라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얼굴
얼룩으로 찍히는 반점들만 늘어나고
눈물 젖는 꽃잎 자꾸 뒤로 말린다
갈수록 까매지는 몸뚱이
겨드랑이마다 툭툭 불거지는 멍울
가슴을 때린다
그래도 꽃으로 보는 세상
아름답다는 걸
지금은 안다
하늘 쳐다보는 것보다 땅 밑을 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쁨인지
이것 하나는 안다
#poetic #summer #참나리 #여름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