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에서-4

석잠풀

by 박용기
114_2799-m-s-At the summer garden-4.jpg 여름 정원에서-4, 석잠풀



일하던 연구소 한 곳에

여름이면 석잠풀이

바른 자세로 꽃대를 올리고

층층이 꽃들을 피워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늘 이 아이를 만나

카메라에 담는 일이 기다려지던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아쉽게도 석잠풀을 만나지 못한 채 여름이 갔습니다.


이 여름

반갑게도 그 집 정원에 핀

석잠풀을 만났습니다.


여름 정원 한편에

조용히 피어 있는 석잠풀은

여전히 바른 자세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석잠풀은 꿀풀과의 식물입니다.

학명은 Stachys riederi

꽃말은 좀 엉뚱합니다.

“설원의 여인”

겨울왕국의 엘사인가요?




석잠풀/ 김승기


세 번의 잠을 자야만

누에가 고치를 만들 수 있듯이

일생을 살면서

아름다운 꽃 피우는

세 번의 기회는 온다는데


돌아보면

죽을 고비만 세 번을 넘기면서

꽃 피울 행운은 있었던가


갑작스런 사고

겨우 목숨 건진 전신마비

생의 마지막 고비 넘긴 것인가


가을은 깊어 가는데

언제쯤 온전히 일어서서

찬란하게 불꽃 한 번 밝힐 수 있을까


아직 오지 않은 기회 남아 있을까

붙잡을 수는 있을까

이미 지나버린 것 아닐까


네모지게 꼿꼿이 허리 세우고

마디마디 층층으로 꽃 피우는 그대

멍하니 얼굴 바라보고 있지만,

검게 타는 가슴엔

툭 툭

낙엽이 떨어진다




#여름정원 #석잠풀 #하기동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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