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꽃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살았던 나는
이 여름에 밭에 피어나던
이 꽃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고소한 참깨와 참기름은 알아도
참깨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참깨 꽃은 흰색 혹은 연분홍색의
작은 종모양을 하고 있는 소박한 꽃입니다.
장영란과 김광화가 함께 쓴
<밥꽃 마중>이라는 책을 보면
이 꽃은 꿀벌에게 맞춤형이라고 합니다.
종의 크기도 꿀벌 하나가
딱 들어갈 정도이고
종 앞에는 꿀벌이 앉을 착륙장도 있습니다.
일단 안전하게 착륙을 하면,
“열려라 참깨”를 외칠 필요도 없이
노란 안내 길이 종 안쪽으로 안내를 합니다.
벌들이 좋아하는 노란 안내선을 따라
종안으로 들어가면
종의 윗부분에 수술과 암술이 딱 붙어있어
벌의 등 쪽에 꽃가루가 자동으로 묻도록 되어있습니다.
꽃이 지고 늦가을이면 가득 열린 참깨를
수확하여 말린 뒤
멍석에 위에서 나무 작대기로 살살 두드리면
그야말로 깨가 쏟아집니다.
그렇게 깨가 쏟아지는 일이 있기 위해서는
이 무더운 여름날 땡볕에서
꽃을 피우고 벌을 불러들여야만 합니다.
자연이 언제나 들려주는 교훈입니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No pain, no gain)”
참깨/ 정채봉
참깨를 털듯 나를 거꾸로 집어들고
톡톡톡톡톡 털면
내 작은 가슴속에는 참깨처럼
소소소소소 쏟아질 그리움이 있고
살갗에 풀잎 금만 그어도 너를 향해
툭 터지고야 말
화살표를 띄운 뜨거운 피가 있다